앰네스티, 탈북주민 25명 심층 인터뷰
학생에 '사상교육' 명목 공개처형 참석 강요
"부패 만연…재력·연줄 없으면 가장 큰 피해"
"처벌은 전적으로 돈에 달려있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적발되어도 경제력과 사회적 배경에 따라 처벌 수위는 크게 달라진다는 국제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4일 국제앰네스티는 북한에서 탈출한 25명을 심층 인터뷰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다 적발될 경우 장기간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콘텐츠를 다량 유포한 경우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국 콘텐츠를 시청하는 현상은 북한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있다. 다만 적발 시 실제 처벌 수위는 재력과 연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의 증언이다.
2019년에 탈북한 최수빈(가명)씨는 앰네스티에 "처벌은 전적으로 돈에 달려있다"며 "돈이 없는 사람들은 교화소에서 나오려고 5000~10000달러(약 720만~1450만원)를 모으기 위해 집을 판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북한 가정에서 몇 년 치 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실제 탈북 전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세 차례 적발된 김준식(가명)씨는 가족의 연줄 덕분에 처벌을 피했다면서 "집에 돈이 있으면 경고로 끝난다"고 말했다.
반면 돈과 연줄이 없는 주민들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수년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국가보위성 산하 조직 '109상무' 요원들이 한국 영상물 등을 단속하기 위해 영장 없이 가택과 거리에서 가방과 휴대전화 등을 수색하고, 적발된 이들에게 직접 뇌물을 요구한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집중 단속 기간에는 뇌물과 연줄도 그 효력이 보장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이 공개처형을 통해 사회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어 복종을 강요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9년에 탈북한 김은주(가명)씨는 "중학교 때부터 공개처형을 봤다"며 "한국 매체를 보거나 유포하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교육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인터뷰 참여자는 학교가 '사상 교육'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공개 처형 현장 참석을 강요하고, 학생들은 강제로 처형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앰네스티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포함해 주민의 정보 접근을 범죄화하는 모든 법을 즉각 폐지하고, 공개 처형을 포함한 모든 처형이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강제로 공개 처형에 노출되는 상황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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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브룩스 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북한 주민들이 뇌물을 써서 처벌을 피하는 현상에 대해 "억압에 부패가 덧씌워진 구조"라며 "가장 큰 피해자는 재력과 연줄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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