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이찌산쿄, mPBD 플랫폼 ADC 개발 중단
1년 여간 빅파마 ADC 개발 중단·지연 사례 5건 넘어
"독자 플랫폼 가진 바이오, 기술 경쟁력 시험대"
항암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 개발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연이어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1년여 사이 주요 후보물질의 개발 중단과 임상 지연이 잇따르면서 ADC 기술이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블록버스터 항암제 엔허투로 ADC 시장을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는 다이이찌산쿄는 지난달 말 분기 실적 발표에서 ADC 'DS-9606'의 개발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회사의 차세대 ADC 플랫폼인 'mPBD 기술'을 적용한 첫 신약 후보였지만 개발이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초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글로벌 제약사의 ADC 개발 중단·임상 지연 사례는 최소 5건 이상이다. 다이이찌산쿄가 아스트라제네카(AZ)와 공동 개발 중인 TROP2 표적 ADC '다트로웨이'는 일정이 지연됐다.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 발표 시점이 당초 2025년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2026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또 B7-H3 표적 ADC 'I-DXd'는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 의심 관련 사망 사례가 보고돼 한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보류 조치를 받았다.
ADC 신약 개발에 뛰어든 다른 빅파마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화이자는 지난해 시젠 인수로 확보한 B7-H4 표적 ADC '펠메타투맙 베도틴'의 개발을 중단했다. 해당 후보물질이 삼중음성유방암(TNBC) 등 고형암에서 기존 표준 치료 대비 의미 있는 개선을 보여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서다. ADC 전문 바이오텍인 ADC 테라퓨틱스 역시 지난해 파이프라인 재정비 과정에서 CD22 표적 ADC의 개발을 중단했다.
지난해 난항을 겪으면서도 ADC에 대한 글로벌 제약업계의 관심은 꺾이지 않았다. 바이오 업계 최대 행사인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이후 성사된 첫 대형 거래는 애브비가 중국 바이오텍 레메젠으로부터 이중항체 ADC를 최대 56억 달러(약 8조 원)에 도입한 계약이었다.
업계에서는 최근 ADC 개발 중단·지연 사례가 무차별적 확장 국면을 지나 기술 경쟁이 보다 정교한 단계로 진입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한 ADC 연구자는 "과거에는 특정 표적을 맞추는 '조준' 기능 자체만으로 조명을 받았지만, 이제는 약물을 세포 안으로 얼마나 안전하게 전달하고(링커), 내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페이로드)는 고난도 기술 검증 단계로 넘어갔다"며 "우수한 개발 역량을 가진 기업들만이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른바 'ADC 기술 검증 국면'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어려움을 겪은 영역에서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인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접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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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DC 신약 개발 선두주자로 여겨지는 리가켐바이오는 화이자가 개발을 중단한 B7-H4 표적 ADC와 동일한 타깃을 겨냥하면서도 자체 링커·페이로드 설계를 적용한 다른 플랫폼 전략으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후보물질의 실패가 곧바로 타깃 자체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글로벌 기업이 고전한 영역에서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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