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빙하' 융해 실증 확인
해수면 상승 연구 전환점
한국과 영국 국제 공동 연구팀이 남극 스웨이츠 빙하 지반선 인근에서 두께 934m에 달하는 얼음을 관통해 빙하 아래 바다를 직접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4일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관측에서는 빙붕 아래로 따뜻한 해수가 침투해 빙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녹고 있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 지반선 인근의 수온과 염분 분포가 일반 해양 관측치와 달리 급격한 혼합 양상을 보인 점도 확인돼, 해수와 융빙수가 빠르게 섞이며 활발한 융해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분석된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는 빙하 가운데 하나로, 다른 빙하의 연쇄 붕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린다. 연구에 따르면 스웨이츠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이 평균 6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극 빙하 용융은 전 세계 해안 지역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정밀 관측과 장기 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반선은 빙하 하단이 바다와 맞닿는 경계선으로, 해수 유입에 따라 빙하가 급격히 녹을 수 있는 취약 지점으로 꼽힌다. 해수부는 2023년부터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스웨이츠를 포함한 서남극 빙하 변화를 추적해 왔다.
빙하 하부 환경을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추를 통한 직접 관측이 필수적이지만, 스웨이츠 빙하는 깊은 크레바스와 험준한 지형 탓에 그간 위성이나 수중 로봇 등 간접 관측에 의존해 왔다. 이에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헬기를 동원해 현장 탐사에 나섰다. 연구팀은 경기도 면적에 달하는 빙하 위에 길이 250m, 폭 50m 규모의 안전 지대를 확보한 뒤, 25t에 달하는 시추 장비를 헬기로 운송해 시추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지난달 29일 열수 시추 공법을 활용해 약 900m 깊이까지 얼음을 녹이며 시추공을 뚫고, 빙하 하부 바닷물의 염도와 수온 등 기초 데이터를 직접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시추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재결빙되고 기상 악화가 겹치면서 장기 관측용 계류 장비 설치에는 실패했다.
지금 뜨는 뉴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27년 남극 주요 지반선을 대상으로 한 후속 탐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극지연구소는 향후 빙붕 하부 해수 침투 경로 추적 등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공동 연구를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