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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의 창] 애도의 거리에서 분노의 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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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스프링스틴 '미니애폴리스의 거리'
시위 희생자 추모하며 "트럼프 왕에 맞서자"

[아경의 창] 애도의 거리에서 분노의 광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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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애써 분노를 참으며 노래하고 있었다. 지극히 단순한 기타의 코드 진행과 하모니카 연주는 음악에 담긴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화려한 조명 대신 어둑한 스튜디오에서 노래하는 모습 뒤로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시민들의 충돌 상황,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장면이 흑백 영상으로 교차편집 되어 흐른다.

2026년 1월24일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마치 무엇인가에 쫓기듯 곡을 쓰고, 다음 날 녹음을 마쳤다. 차분한 분위기지만 긴박한 영상 속 스프링스틴의 모습은 고립된 정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1월30일, 보수 성향의 폭스 9 뉴스는 미니애폴리스의 공연장 '퍼스트에비뉴(First Avenue)'에서 톰 모렐로가 주최한 '미네소타를 지키자! (Defend Minnesota!)' 콘서트 현장을 소개했다. 무대에 오른 스프링스틴은 '미니애폴리스의 거리(Streets of Minneapolis)'를 라이브로 처음 선보였다. 트럼프를 지지한 언론이 주목한 이 장면은 33년 전 그가 불렀던 또 다른 '거리의 노래'를 소환하며 미국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조너선 드미 감독의 '필라델피아(1994)'를 본 사람이라면 사운드트랙 '필라델피아의 거리(Streets of Philadelphia)'를 기억할 것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 위기가 미국을 휩쓸던 때, 스프링스틴은 불치의 병과 사회의 냉대 속에 스러져가던 사람의 고통을 낮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33년이 흐른 지금, 그가 노래하는 비극은 직접적이고 정치적이다. '필라델피아 거리'의 정서가 슬픔과 연민이었다면, 2026년의 '미니애폴리스의 거리'를 지배하는 정서는 분노와 저항이다. 이 변화는 70대 로커의 정치적 급진화라기보다 현실이 더 이상 은유를 허락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필라델피아'가 타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윤리'라면, '미니애폴리스'는 고통을 유발한 구조적 악에 맞서는 '책임의 윤리'를 실천한다. 전자가 비극의 잔해를 애도하는 추모곡이라면 후자는 더 이상의 비극은 있을 수 없다는 생존자의 행진곡이다.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는 이민자 추방정책은 인종적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 '미국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심문하는 가혹한 선별 작업이다. 권력이 정의한 기준에 포함되지 못하면 자기가 사는 땅에서 이방인이 된다. 이때 정치는 타자를 이해해야 할 이웃이 아닌 제거의 대상으로 규정한다. 스프링스틴의 노래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AIDS 환자의 고독한 죽음을 응시했던 '필라델피아의 거리'가 그랬듯, 이번 곡 역시 미니애폴리스라는 상징적 장소를 경유한다. 경찰에 체포되던 중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의 그림자가 드리운 비극의 거리에서, 알렉스 프리티와 르네 굿의 이름을 호명하며, '트럼프 왕의 사설 군대(King Trump's private army)'가 짓밟은 거리에서 미국을 위해 맞서겠다고(We'll take our stand for this land) 외친다.


스프링스틴의 미네소타 공연 4일 후, 공화당은 보수 정치의 심장 텍사스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 후보의 10배가 넘는 선거자금을 쏟아부었지만 1년 사이 30% 넘게 빠져나간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34년 동안 지켜온 텃밭을 민주당에 내주었다. 연방 하원에서는 이민 정책 총괄 책임자 국토안보부 장관의 탄핵을 외치는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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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일. 미국의 중간선거는 9달 남았다.




임훈구 부국장 keygri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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