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입기업 신용만 믿고 핵심 담보 풀어줘 손실 자초
임금체불·4대 보험 체납 기업에도 보증…사후관리도 허술
신·기보와 정보 미공유…"손해율 579%"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해외 수입기업의 신용만 믿고 핵심 담보를 풀어주는 등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 5900만달러 규모 손실을 입는 한편 임금체불·4대 보험료 체납 기업 등에 수출신용보증을 내줘 105억원 규모의 부당 보증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기업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보증사고 위험을 키운 점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3일 이런 내용의 '한국무역보험공사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업 관리와 내부 복무 관리 전반에서 총 16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해 주의·통보 및 징계 등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박 수출금융 과정에서 담보 유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선박금융은 대출금으로 선박을 인수한 뒤 용선료(임대료) 수입으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여서 대출 실행 전 장기용선계약 확보와 대출 만기까지 선박 소유권·용선료 담보 유지가 핵심 리스크 관리 요소다.
문제는 해외 수입기업의 장기용선계약 체결이 지연되자 발생했다. 수입기업은 6개월 단기용선계약과 장기계약의향서(LOI)를 내세워 선행조건 충족 전 대출금 인출을 요청했고, 무보와 한국수출입은행은 구속력 있는 계약이 아닌 의향서와 수입기업의 지급보증만 믿고 이를 승인했다. 이후 장기계약은 불발됐다.
또 수입기업이 다른 선박의 대출금 조기상환을 조건으로 공동담보 해제를 요청했을 때, 해당 선박의 장기용선계약이 여전히 불완전해 핵심 담보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무보와 수출입은행이 이를 승인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대출 약정 변경(waiver)이 충분한 검토 없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결국 유가 하락 국면에서 수입기업의 유동성이 악화되며 보증·대출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수입기업이 2017년과 2021년 두 차례 미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원리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축소되면서 2023년 손실이 확정됐다. 감사원은 무보와 수출입은행의 손실이 합계 5900만달러(각각 2400만달러·3500만달러)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양 기관 사장에게 "국제 업황 변동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 손실 위험을 가중시키는 중요 계약변경 승인 등을 충분한 검토 없이 처리하지 말라"며 '주의요구' 조치를 했다.
임금체불·4대 보험 체납 기업에도 보증…사후관리도 허술
수출신용보증 심사·사후관리에서도 구멍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무보가 보증 거절 사유인 임금체불 여부를 '4대 보험료 완납확인서'로만 확인해 최근 5년간 64개 임금체불 기업 대출에 255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했고, 이 가운데 15개 기업(23%)에서 59억원 상당의 보증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보증 인수 이후 관리도 미흡했다. 감사원은 무보가 4대 보험료 체납 기업에 대해 보증금액 감액 등 사후 조치를 누락해 최근 5년간 4대 보험료 체납 기업 1158곳 중 258곳(22%)에서 보증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규정상 보증 제한 대상인 '국내 본사와 해외 지사 간 거래'도 걸러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무보가 은행에 본·지사 관계 확인 의무를 부여하지 않아 관련 거래에도 보증서를 발급했고, 130개 기업 표본조사에서 기업명칭 대사만으로도 본·지사 관계 7개 기업 간 거래 46억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감사원은 무보 사장에게 상습 임금체불 기업을 정확히 확인할 방안, 4대 보험 체납 기업에 대한 경보 횟수 등을 반영한 조치 기준 마련, 본·지사 거래 악용 기업에 대한 보증 중단·고소·고발 등 제재 검토를 통보하고, 심사 단계에서 확인 절차를 강화하라고 주의요구 조치를했다.
신·기보와 정보 미공유로 손실 키워…"손해율 579%"
감사원은 무보가 유사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보증 및 사고 내역 등 기업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손실을 키웠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5년간 무보의 수출신용보증 평균 손해율은 579%로, 신보(65%)·기보(29%)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감사원은 신보·기보가 과거 감사원 처분요구 이후 거절사유·사고정보 등을 공유하며 리스크를 관리해온 반면 무보는 2020년 10월 국회의 신용정보 공유 요구에도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던 점을 확인했다. 그 결과 무보가 '신보·기보가 먼저 보증을 거절한 건'을 인수해 398개 기업에 1349억원을 대위변제했고, 신보·기보의 보증사고 기업 14곳에 38억원을 후속 보증했다가 전액 대위변제하는 등 공공재정 손실이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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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무보 사장에게 수출신용보증 손실을 줄이고 무역보험기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신보·기보와 신용정보·보증이력·거절사유·보증사고 정보 등을 적시에 상호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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