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기업에 투자 집중, 몸값만 오를 가능성
정책 자금 폭증 → VC 도덕적 해이 증가
"투입자금 단계적 조절, 성과지표 재설계해야"
정부의 국민성장펀드가 벤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장 투입 자금 규모를 조절하고, 성과평가를 장기 지표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 주요 참석자들이 출범식 기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12.11 윤동주 기자
최근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금·펀드정책실장은 '민간자본 유입을 통한 벤처투자시장 활성화 정책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남 실장은 "다방면으로 추진되는 정부 정책은 시장의 수급 측면에서 일종의 정책 패키지 차원에서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시에 집중되는 펀드 조성과 경쟁적 운용 환경은 운용사(GP) 입장에서 양질의 투자 기회를 확보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 가중됨을 의미한다"고 했다. 자금 공급 과잉으로 GP들이 과도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 딥테크 벤처 기업으로 제한된 투자 대상에 자금 공급이 집중되면서 기업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남 실장은 "이같은 가치 상승은 초기에는 투자 활성화로 인식되지만, 이후 후속 투자 유치 실패나 회수 지연 등으로 이어져 펀드 성과 악화와 자본 비효율로 연결될 수 있다"라며 "정책자금이 풍부해지고 손실 완충 구조가 강화될수록 벤처캐피탈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남 실장은 이에 ▲시장 투입 자금 규모 단계적 조절 ▲연간 집행 목표를 양질의 투자 기회와 연동 ▲정책자금 출자 시 성과평가 지표를 단기 집행률이 아닌 장기 회수성과와 위험관리 지표 중심으로 설계 ▲회수(엑시트) 시장 인프라 구축 강화 등을 제시했다.
VC업계에서도 시장의 자율성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 펀드는 통상 주 목적 투자 비율이 정해져 있어 빠르게 변하는 시장 트렌드에 대응하며 수익률을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며 "운용사에 섹터나 단계 선택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유연하게 성장 기업을 발굴할 수 있고 그래야 민간 출자자(LP)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초기 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VC까지 마중물이 도달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의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고도 전했다. 초기 창업 투자 VC업계 관계자는 "(정책 펀드의 경우) 투자자 보호 장치가 굉장히 세게 작용할 것이고 구체적인 성과가 나와 있는 곳들을 위주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간이 흘러 자산이 커지고 회수가 되면 재투자할 수 있게끔 돼 있기 때문에, 그때쯤 초기 창업 기업도 다룰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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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벤처 펀드는 한 번 돈이 들어가면 회수까지 최소 7년이 걸리는 비유동성 자산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중요한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참여할지가 관건"이라며 "초기 기업 투자의 경우 모험 자본 성격이 강한 영역인데 단순 유망 기업이라는 전망으로 국민 자금을 유치한다면 손실 시 대규모 민원이 발생할 우려도 있어 이에 대한 이해도 당연히 따라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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