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스톤 가시성 흔들
타깃 임상 난이도 재부각
에이비엘 "개발 중단 아냐"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파트너사 사노피가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의 개발 우선순위를 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개발 중단이나 계약 변경과는 무관한 전략적 재정비라고 해명했다.
30일 오전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장 초반 15% 안팎 하락하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었다. 사노피가 29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ABL301을 '개발 우선순위 조정(Deprioritization)' 대상으로 분류한 데 따른 여파다. 파이프라인에서 완전히 제외한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가장 먼저 자원을 투입하는 핵심 자산의 위치에서는 한발 물러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우선순위 조정에 따라 당초 기대됐던 임상 2상 직행 대신 사노피가 임상 1b상을 추가 진행하며 전략을 재수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임상 타임라인 지연으로 인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령 시점의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회사 측은 "사노피로부터 계약 해지나 개발 중단이 아니라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며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조정 단계"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결정이 자사의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인 '그랩바디-B(Grabody-B)' 자체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ABL301 우선순위 조정의 배경으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의 핵심 난제로 꼽히는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 타깃 검증의 어려움을 지목한다. 알파-시뉴클레인은 파킨슨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알려졌지만 이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환자의 증상이 실제로 개선된다는 점을 임상에서 증명하기는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이오젠과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동일 타깃 항체 임상에서 명확한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사노피 또한 무리하게 2상에 진입하기보다 임상 1b상을 통해 전략을 재점검하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자군을 보다 세분화하고 뇌척수액이나 영상 분석 등 정밀 분석 기법을 도입해 약물이 실제로 알파-시뉴클레인 병리에 작용하는지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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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도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서는 증상 변화만으로 약효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약물이 뇌 안에서 표적을 얼마나 정확히 조절했는지를 보여주는 바이오마커 기반 검증이 임상 성공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2024년 의학 학술지 'Journal of Neur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고감도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해 표적 점유율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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