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음 물결
"The next wave is Physical AI.(다음 물결은 피지컬 AI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5' 기조연설 무대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인공지능(AI)이 화면 속 데이터를 처리하는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직접 행동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예고였다. 이후 약 1년이 지난 올해 CES에서는 다수의 참가 기업이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전시장 곳곳에서 로봇이 걷고, 물건을 옮기고, 달리는 장면이 연출되며 피지컬 AI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AI의 등장은 이미 한 차례 세상의 작동 방식을 바꿔놓았다. 알파고가 바둑이라는 제한된 규칙의 세계에서 인간을 압도했다면, 챗GPT는 가상 공간에서 스스로 인식하고 추론하며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여기에 피지컬 AI가 더해지면서 AI는 이제 거리에서 걷고 물건을 집는 등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을 정리한 인물이 이 책의 저자이자 칭화대학교 글로벌혁신대학 학장인 류윈하오다. 30년에 걸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집필한 이 책은, 현재의 AI 혁명이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왜 인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생성형 AI와 피지컬 AI를 단절된 흐름이 아니라 연속적인 '진화 과정'으로 바라본다. 데이터 분석과 언어 이해에 강점을 보였던 기존 AI가 현실 세계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물리 환경을 감지하고 상황을 이해한 뒤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전환이 AI를 단순한 '도구'에서 벗어나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학습하는 '동반자'로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된다고 본다.
책이 제시하는 핵심 개념은 감지-인지-결정-행동-진화로 이어지는 다섯 단계의 순환 구조다. 센서를 통해 외부 환경을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황을 인지한 뒤 의사결정을 내려 행동에 나선다. 그 결과는 다시 학습 데이터로 축적돼 다음 판단에 반영된다. 이 순환이 반복될수록 AI는 단순한 계산 기계를 넘어, 경험을 통해 성능을 고도화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저자는 이 구조가 인간과 동물의 학습 방식과도 닮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피지컬 AI의 확산을 가로막는 과제로는 운동 제어와 지능의 결합이 꼽힌다. 저자는 실제 인간의 신경계와 유사한 구조를 로봇의 운동 제어에 적용하는 기술이 앞으로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균형을 유지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피지컬 AI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의 감각이 통합되기까지 오랜 진화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기계의 감각이 융합되는 과정 역시 아직은 태동기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다양한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등장하고, 체화된 지능이 인간의 삶과 밀접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저자는 기술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보다 주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변화와 혁신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미래의 위험을 걱정하기보다 인간과 기계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설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메시지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적자생존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듯, 기계 지능의 진화 과정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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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다음 물결 | 류원하오 지음 | 홍민경 번역·박종성 감수 | 알토북스 | 336쪽 | 2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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