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건보 공동 세미나서 강조
한은, 구조개혁 연구로 '연명의료 문제' 짚어
母 '연명의료 중단' 개인사 언급하며 눈물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구조개혁 연구로 '연명의료 문제'를 다룬 데 대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과 재정, 의료, 돌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복합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명의료 문제가 초래할 거시경제적 문제들을 모른 척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과 한은이 공동 개최한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생애말기 의료를 중심으로' 심포지엄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은이 '연명의료 문제'를 다룬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깊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다양한 구조개혁 과제를 연구해왔지만, 이번 연구는 특히 준비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며 "생명의 존엄성과 같이 민감한 주제를 한은이 건강보험, 재정 등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크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우리 사회가 연명의료 문제를 더는 회피할 수 없게 됐다"며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복합적 문제는 각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기관들이 함께 협력해야만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번 공동 연구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돌아가신 어머니가 '연명치료'를 하지 않았던 사실을 이 자리에서 밝히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어머니께서 영양제는 더 넣지 말고 통증만 완화해달라고 하셔서 가족들도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돌아가신 뒤 생각해보니 어머니에게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제게도 큰 의미"라며 "어머니에게 드리는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내부적으로도 "이번 연구는 한은이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분야라도 전문가들과 협업해 새로운 데이터를 찾고 분석틀을 만들어 가면, 좋은 결실을 맺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구조개혁 연구 중에서도 자율주행택시 연구와 이번 연명의료 연구는 자부심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건보를 비롯한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고령화와 의료, 재정 등 구조적 과제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공동 심포지엄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및 보류 사망자의 생애말기 의료비 ▲환자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보완 등이 논의됐다.
임민경 건보 건강보험연구원은 '연명의료중단 및 보류 사망자의 생애말기 의료비: 자기결정권과 자원배분'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연망의료 중단 또는 보류 이행 시점을 앞당길수록 의료비가 줄어들고, 가족이 아닌 환자 스스로 결정한 경우 존엄한 죽음에 기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임 연구원이 국민건강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생애말기 의료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 1개월 전 연명의료 보류 또는 중단 결정을 내린 집단의 평균 의료비(건강보험 급여항목 기준)는 460만원으로, 일반 사망자(평균 910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반면 사망에 임박해 결정을 내린 집단은 평균 의료비가 1000만~1800만원 수준으로 일반 사망군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생애말기(사망 전 1개월) 의료비와 치료 강도는 연명의료 중단 또는 보류를 환자 스스로 결정할 때 더 낮게 나타났다. 중환자실 이용 비율도 환자 스스로 결정했을 때는 24.2%에 그친 반면, 가족이 결정할 경우 36%로 집계됐다. 호스피스 이용률도 환자(44.5%) 스스로 연명의 중단 여부를 결정했을 때가 가족 결정군(9.1%)보다 높게 나타났다.
현재 연명의료 중단 또는 보류를 결정하는 것은 가족이 59.1%로, 환자(40.9%) 본인보다 높다. 80세 이상 고연령일수록 가족이 결정하는 비중이 컸으며(58.4%), 고소득일수록 환자 결정(41.7%) 비중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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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연구원은 "환자 본인의 자기결정이 임종기 삶의 질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의료 이용의 효율성에도 기여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결과"라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삶의 마무리에 대한 숙고와 선택 과정으로 운영하고, 자기결정권이 사는 지역이나 소득수준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 설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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