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30여점으로 담아낸 사라짐의 미학… “연의 자리가 곧 생명”
금정총림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홍성희 작가 초대전 '연'을 선보인다.
전시는 오는 12월 16일부터 28일까지 성보박물관 1층 중정에서 진행되며, 겨울 연지를 배경으로 한 흑백사진 30여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홍 작가가 포착한 연(蓮)은 여름의 무성한 연잎과 화사한 꽃이 아닌, 서리가 내린 겨울 새벽의 고요 속에 남은 흔적들이다. 얼어붙은 물 위에 그어진 선, 꺾인 줄기, 꽃잎이 비워낸 자리 등 '사라짐'의 순간을 통해 연의 생애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진 속 장면들은 죽음과 생명이 교차하는 경계를 담담하게 기록하며 익숙하지만 낯선 정서를 만들어낸다.
전시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은유적으로 구성해 관람자가 연의 '자리'를 통해 존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마주하도록 기획됐다. 스승 김홍희 작가는 전시 서문에서 "홍성희의 사진은 연을 찍지 않는다. 연이 사라진 자리를 찍는다"며 "아름다움은 피는 데 있지 않고, 사라진 자리에서 처음 일어난다"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겨울 연지의 고요 속에서 생이 다한 뒤 남는 공간과 다시 시작되는 순간의 기척을 사진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의 중정이라는 공간적 특성과 어우러져 관람객에게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비워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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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스님(범어사 주지·성보박물관장)은 "연의 피어남과 사라짐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길"이라며 "홍성희 작가의 사진은 그 사라짐의 순간 속에 깃든 생명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을 맞아 이번 전시가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쉬어가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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