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철폐령 피하고 숙종 친필 현판 보존
영남의 대표적인 서인 노론계 서원이 사적으로 관리된다.
국가유산청은 상주 흥암서원을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을 모시는 서원이다. 1702년 창건돼 1705년 사액을 받았고, 1762년 현재 위치로 이전됐다.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송준길은 이이에서 김장생으로 이어진 기호학파의 맥을 이은 산림학자다. 송시열과 함께 서인 노론계의 정신적 지주로 활동했다. 그는 상주 출신인 우복 정경세의 사위가 된 뒤 약 10년간 상주에 거주하며 지역 인사들과 관계를 맺었다. 집권 세력인 서인 노론의 후원뿐 아니라 상주와의 연고가 중요하게 작용해 이곳에 제향됐다.
건물 배치와 평면은 기호학파와 영남학파 서원을 절충했다. 전면에 강학 공간, 뒤편에 제향 공간을 두었다. 강학 공간에는 강당이 앞에, 동재·서재가 뒤에 배치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서인 노론계 기호학파 계열 서원에서 흔히 나타나는 형식"이라며 " 동·서재가 강당 앞에 위치하는 영남 지역 형식과는 다르지만, 경북 서북부 지역 향교에서 다수 확인되는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사당인 흥암사에는 1705년 숙종에게 하사받은 '을유지월 일 선액(乙酉至月 日 宣額)'이라고 적힌 흥암사 현판과 1716년 숙종이 친히 쓴 해서체 글씨로 된 흥암서원 현판이 함께 걸려 있다.
강당인 진수당은 정면 다섯 칸, 측면 세 칸의 큰 규모다. 영남학파 형식을 취해 대청 앞면이 개방돼 있고, 뒷면은 창호로 구성됐다. 대문인 하반청은 동·서재에 거주하는 원생보다 낮은 계층의 원생들이 거처하는 건물로, 다른 서원에서는 찾아보기 드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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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흥암서원은 조선 후기 영남 지역 서인 노론 세력의 분포와 서원의 인적 구성, 운영, 사회·경제적 기반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라며 "해마다 봄과 가을에 지내는 제향인 춘추향사도 아직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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