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향한 사유(思惟)를 무대로 건너는 음악극
고전 설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변주한 음악극 '공무도하'가 오는 12월 20~21일, 성수 아트홀에서 관객과 만난다.
2025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 작품으로 주목받는 이번 작품은 작곡가 신나라, 극작가 김성배, 연출가 신동일이 합작해 동시대 음악극의 새로운 질감을 제시한다. 연주는 몰토뉴 보이스 앙상블이 맡아 서사에 깊이와 밀도를 더한다.
'공무도하'는 "강을 건너는 존재들의 이야기"라는 상징적 구조를 기반으로, 죽음이나 단절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인간이 자기 삶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무대는 은퇴 이후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끼는 '백수광부'가 강가에 선 순간에서 출발한다. 그는 흐르는 강물 앞에서 시간의 본질과 자신이 놓인 자리의 의미를 직면하고, 곽리자고와 아내 금조가 이를 붙잡으려 애쓰면서 비극의 서막이 열린다.
금조는 "님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라는 절규를 쏟아내며 남편을 붙잡지만 결국 그를 되돌리지 못한다. 이후 관리자 고가 하루의 끝에서 아내 여공에게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놓는 장면은, 사라진 부부의 흔적과 그 의미가 인간의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 흔드는지를 섬세하게 비춰낸다.
작품은 설화적 비극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관객에게 "나는 지금 어떤 강가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기며 현재의 시간을 응시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창작진의 이력은 작품의 수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신나라 작곡가는 실내악·오케스트라·음악극을 넘나들며 통영국제음악제, 뮌헨·슈투트가르트 공연 등 국내외 무대를 통해 독창적 음악 언어를 구축해 왔다.
극작을 맡은 김성배 작가는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 이후 '낙화유수', '확률' 등 다수의 수작을 발표하며 현대 희곡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연출 신동일은 '변신',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등 굵직한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으로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과 거창국제연극제 작품 대상·연출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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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객석을 향해 큰 목소리를 내기보다, 관객 각자의 내면을 울리는 '조용한 파문'을 목표로 한다. 고대 설화의 정서, 현대인의 실존, 그리고 음악이 만들어 내는 시간의 층위가 한데 겹치며, 연말 무대 중 가장 사유적이고 깊은 울림을 예고한다.
영남취재본부 권병건 기자 g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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