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5년간 불모지였던 여성교육 발전과 여성 사회참여 확대에 큰 성과를 이뤄냈지만 이제는 이 창학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며,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2029년부터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화한 동덕여대 김명애 총장 명의 입장문 일부다. 김 총장은 3일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공학전환의 이행 시점을 현재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9년으로 계획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학 전환 논의를 하기도 전에 학내 재학생과 졸업생 등의 반발과 점거농성, '래커칠 시위' 1년이 지나서 내린 학교 공식 결정이다.
"115년 여성 교육 성과…시대부응 100년 준비 시점"
전날 공론화위는 "숙의기구 토론, 타운홀미팅, 온라인 설문조사 등에서 '공학 전환'을 선택한 의견이 '여성대학 유지'를 선택한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공학전환을 권고했다. 학생·교수·교직원·동문 등 48명으로 이뤄진 '숙의기구'에서도 공학 전환이 75.8% 여대 유지가 12.5%로, 406명이 참여한 타운홀 미팅에서도 공학 전환이 57.1%, 여대 유지가 25.2%로 나왔다는 것이다. 학내 구성원 총 755명을 대상으로 한 2차례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공학 전환이 50% 안팎으로 더 많았다. 공론화위도 "권고문은 단순한 선택의 요구가 아니라, 대학의 존립과 미래 100년을 위한 혁신과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대학은) 본 권고문의 내용을 진지하게 수용하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115년간의 역사를 계승하되 100년을 준비하자는 총장 명의 입장문에도 이런 인식이 깔려있다.
동뎍여대는 공론화 과정에서 재학생들의 반대와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입학 당시 기대했던 여자대학으로서의 학업 환경 최대한 보장 ▲대학 경쟁력 강화▲ 캠퍼스 시설 개선 ▲안전한 캠퍼스 환경 조성 등 단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공론화위가 제기한 대학 운영 혁신 방안과 구체적 발전 계획은 12월 중 구성원에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총학 반발 불가피…타 여대 확전 촉각
다만 학생들은 이번 결정에 학교 구성원 전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총학생회 측은 공학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학생 총투표를 이날부터 시작한 상태다. 학교 측은 이날 한국생산성본부가 6월부터 수행한 '2025년 동덕여대 발전을 위한 공학 전환 분석 및 의견수렴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도 연다. 4일에는 학생, 교수, 직원이 참여하는 래커 제거 행사가 예정돼 있다. 학교 측이 지난달 26일부터 사설 경비업체를 동원해 본관 출입을 통제했다.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학내 반발과 함께 다른 여대에도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 동덕여대 점거농성 당시 성신여대에서도 학내 구성원들이 공학 전환 반대를 공식화하라며 시위한 바 있다. 성신여대는 2010년 '성신대학교'로 교명을 바꾸려다가 학생들 반발에 부딪힌 바 있고 2018년 다시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교명 변경을 검토했다가 찬반 투표에서 반대표가 많아 이후 관련 논의는 없어왔다. 비수도권에서 유일한 4년제 여자대학인 광주여대도 일부 학과에 남학생이 입학한 것을 두고 학생들 반발이 커지자 학교측이 입장문을 내고 "외국인과 성인학습자에 한해 남학생 입학을 허용했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지, 남녀공학 전환은 아니다"고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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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에 남아있는 4년제 여대는 이화·숙명·성신·동덕·덕성·서울·광주여대 등 7곳이다. 상명여대는 1996년 교명을 '상명대'로 변경하고 남녀공학이 됐고, 부산여대는 1997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면서 '신라대'로 교명을 바꿨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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