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세 번째 법정기한 준수
예비비·정책펀드 등 4.3조 감액
본회의 오후 4시 예정…예산안은 늦은 밤 처리될 듯
여야가 2일 새해 예산안 처리에 최종 합의하면서 5년 만에 법적인 처리 시한을 준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랑상품권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관련 예산은 유지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지원 예산이나 예비비 등은 삭감하기로 했다. 국회 예산 심사를 통해 정부안 대비 약 4조3000억원 규모의 감액과 증액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여야가 내년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 처리하기로 한 셈이다. 2020년 이래로 법정기한 내 처리되지 못했던 예산안은 5년 만에 국회선진화법 규정 등에 따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예산안 자동부의 등을 담은 국회선진화법이 2014년 시행된 이래로 2014년, 2020년 두 차례만 법정기한을 지켰다.
국회 본회의는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며, 우선 세입 관련 부수법 등이 처리된다. 예산안은 시트 작업 등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어 이날 늦은 밤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 관계자들은 여야 합의안 확정 이후 10~15시간가량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에 따르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약 4조3000억원 규모의 감액이 이뤄졌다. 세부적인 항목은 공개가 안 됐지만 AI 지원 예산과 정책펀드 관련 예산, 예비비 등 예산 삭감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체 증액 규모는 4조3000억원 내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 총지출 규모가 정부안인 728조원 규모를 넘어서지 않도록 합의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로 예산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이소영 의원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총지출을 감액한 범위 내에서 증액하기로 했다"며 "(국회 심사를 거치며) 지출 총액이 순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수입에 해당하는 세외 수입 등을 증액 심사해 그 증액에 따라 재정 수지는 정부가 제출한 것보다 개선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정부는 통합재정수지로 53조8000억원 적자를 예상했는데, 세외 수입 증가 등을 통해 적자 폭이 줄면서 재정 수지가 일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송언석(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6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5.12.2 김현민 기자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로 실무 협상에 나섰던 박형수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I 예산은 10조원 규모였는데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한 종목이 1조2000억원이었는데 2064억원을 감액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여러 군데 AI 이름으로 산재돼 있고 방만하게 편성된 것을 정리해서 삭감할 부분을 삭감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여야 간 핵심쟁점이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여당은 원안 통과, 야당은 삭감을 주장했는데 상징적인 의미로 운영비 1억원가량을 줄이는 데 뜻을 모았다.
증액과 관련해 여야는 화재가 발생했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과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사업 예산 등을 증액하기로 했다. 아울러 도시가스 공급 배관 설치 지원, 국가장학금 지원, 보훈유공자 참전명예수당 관련 예산도 확대하기로 했다.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됨에 따라 국회는 수정안 형태로 표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문 서명 후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728조원 예산 총액을 온전하게 지켜냈다"며 "국민성장펀드와 지역사랑상품권 등 핵심 국정과제 예산은 모두 그대로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예산은 국민 삶을 바꾸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성장펀드를 중심으로 AI 시대의 기회를 학교와 공장, 골목가게, 청년, 직장으로 넓히겠다"며 "기술과 혁신이 먼 미래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바로 체감되도록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통해 명명했듯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 역할을 해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예산안 처리 합의는 일방의 승패가 아니라 국민 앞에 여야가 최선을 다했다는 공동의 성과"라며 "법정기한 내 처리는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민생을 중심에 둔 책임 정치의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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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쪽에서도 타협의 결과를 내놓은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박 의원은 "예산안 합의에 대해 국민의힘으로서는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여야 간 조금씩 양보해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고 했다. 협상 타결 비결과 관련해 "여야 간 원내대표 간 협상을 진행하되 예결위 간사 간 협상을 통해 쟁점을 줄여가는 투 트랙으로 운영하는 방법으로 작업했다"며 "이 작업이 원내대표 간 합의와 맞물려 합의안이 나왔다"고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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