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만의 복종의무 폐지…위법지시 거부권 신설
강기정 “민주주의, 복종 아닌 소신이 지킨다”
광주교사노조 “상명하복 개선…현장 변화 기대”
개정안 의견수렴 후 국회 제출…통과 시 내년 시행
공무원이 상관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따르도록 한 '복종의무'가 76년 만에 폐지된다. 위법한 지시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새로 마련되면서 공직사회도 변화의 분기점에 섰지만, 현장의 조직문화가 실질적으로 달라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최근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통해 기존 복종 의무 조항을 삭제하고, 상관의 지휘·감독 아래 직무를 수행하되 위법한 지시에는 의견 제시나 이행 거부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도 승진 누락이나 징계와 같은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 장치도 신설된다.
이번 개정 배경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드러난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57조는 1949년 제정 당시 '의견 진술 가능' 조항이 있었으나, 군부가 1963년 개정 과정에서 해당 조문을 삭제해 상명하복 체계가 공고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광주에서는 이 변화에 대한 기대와 문제의식이 동시에 나온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공무원의 복종이 아니라 소신이 민주주의를 지킨다"며 "계엄 사태가 드러낸 취약성을 법과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 계엄 선포 국회 사전동의제 도입과 함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의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광주교사노조는 "공직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상명하복 문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당한 지시를 문제 삼을 수 있는 환경이 교직 사회의 청렴도와 자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 교육법에서 '교장은 명령하고 교사는 따른다'는 조문을 개정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민주적 직무 환경을 확장하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도적 변화가 실제 관행을 얼마나 바꿀지는 남은 과제다. 공무원이 위법성을 판단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구체적 절차는 시행령에 마련될 예정이며, 조직 내부의 권위적 분위기와 책임 회피 관성 등이 제도 안착의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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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12월 22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 받고 있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둔 뒤 내년 중 시행될 전망이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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