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경제전망 설명회
성장률 전망치 올해 1.0%·내년 1.8%로 높여
"상향 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불확실성도 가장 커"
"고환율 지속되면 가계·기업 내 양극화 심화될 것"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 1.8%로 높여 잡은 근거로 '반도체 호조세'를 꼽았다. 다만 내년 경제 성장경로에서 불확실성이 가장 큰 것도 반도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내년 성장은 반도체 경기에 기댄 측면이 크고, 비 IT 수출만 놓고 보면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아 경제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봤다. 내년 경제 반등에도 '좋은 성장', '완연한 경기회복'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유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 (왼쪽부터)박경훈 모형전망팀장, 가국 물가동향팀장, 이지호 조사국장, 김웅 부총재보, 박창현 조사총괄팀장, 백재민 국제무역팀장, 박세준 국제종합팀장. 한은 제공
한은은 27일 오후 '11월 경제전망'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웅 부총재보는 "이번 전망의 핵심 전제는 지난달 말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과 미·중 무역합의로 통상환경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점을 반영했다"며 "반도체 경기는 인공지능(AI) 투자 호조로 고성능과 범용 반도체 모두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고, 대내적으로는 8월 말 발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전망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0%, 내년 1.8%로 예상했다. 지난 8월 전망 대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높여 잡았다. 성장률 전망 조정내역을 요인별로 정리하면, 올해는 상향한 0.1%포인트 중 반도체가 0.05%포인트,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성장률 실적치 상향 조정 등이 0.05%포인트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 0.2%포인트 중에서는 반도체가 0.1%포인트, 한미 협상 타결이 0.1%포인트, 정부 예산 증가가 0.1%포인트 가량 반영됐다. 김 부총재보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상향 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라고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경제전망에는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시점이 늦춰지거나 규모가 제한적일 가능성을 반영해 반도체 관세 영향을 당초 내년 1분기(8월 전망)에서 3분기로 수정했다. 반도체 사이클은 2000년 IT 버블 기간을 참고해 내년 말 정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올해 115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내년 1300억달러로 이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역시 반도체 영향이 크다.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상당 폭 올랐고 이런 높은 수준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유가가 올해보다 내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해외투자 등으로 본원수지가 확대될 수 있는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내년 성장 흐름이 반도체 실적에 의존하는 측면이 큰 만큼 '완연한 경기회복'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이지호 조사국장은 "IT 제조업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나머지 성장률은 1.4%로 굉장히 낮은 성장세"라며 "이를 충분한 성장, 좋은 성장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성장경로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도 반도체"라고 짚었다.
IT 업종과 비 IT 업종 간 경제 양극화도 심화할 것으로 봤다. 이 국장은 "올해 조기선적 영향 등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 관세정책 영향은 내년 더 있을 것"이라며 "비 IT 성장세는 미흡할 수 있다. 내년까지는 경제 내 양극화가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흐름은 2027년에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국장은 "내후년에는 반도체 사이클이 종료되며 IT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줄어들고, 비 IT 업종이 세계경제 회복 흐름과 맞물려서 개선될 수 있다"며 "2027년이 되면 경제성장 과실이 확산되면서 균형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올해와 내년 2.1%로 지난 8월 전망 대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오른 데 대해선 최근 지속된 고환율 흐름과 농·축·수산물 가격 강세 영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단기적인 시계를 설명하면, 10월에는 여행 관련 서비스요금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것이 근원물가까지 2.2%로 올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는데 이후 이 부분은 되돌림이 있었다"며 "그래서 11월 물가는 근원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 강세 영향을 크게 받아서 (한은 예상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감안해 올해 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3%로 예상했고, 내년은 농·축·수산물 영향은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환율 영향을 반영해서 전망치를 올렸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소비쿠폰이 물가와 성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선 "올해는 물가보다는 성장에 더 영향이 컸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년 영향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부총재보는 "올해는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대비 낮아서 제한적이라고 했는데 내년엔 성장률이 올라가는 흐름이다 보니 소비쿠폰과 재정 확대 효과를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내수 회복세가 성장과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경기가 나아지는 건 맞지만 부진이 완화되고 내수가 회복되는 수준"이라며 "내수가 성장을 견인해 수요 압력이 커질 정도로는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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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고환율 흐름이 물가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으나, 경기 양극화를 심화하는 경향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국장은 "대개 어느 나라든 수출 대기업과 내수 중소기업이 있는데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 대기업이 이익을 온전히 향유하는 것과 달리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그 가격을 감당하는 것이 역사적인 경험으로도 어렵다"며 "가계와 기업,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기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는 게 더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분배구조가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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