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기자의 마운자로 체험기(4~6주차)
GLP-1치료제는 '식욕 억제' 보조수단
식습관 등 생활 변화 의지는 스스로 가져야
마운자로를 맞고 있으면, 한동안은 '치트키'를 쓴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배고픔이 둔해지고, 식사량이 줄고, 체중계 숫자도 조금씩 내려간다. 하지만 이 약이 식욕을 완전히 '삭제'해 주는 건 아니다. 특히 출장, 회식, 여행처럼 술과 고칼로리 음식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에서는 마운자로의 효과보다 사람의 습관과 환경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
마운자로 투약 이후 4~6주차(9월28일~10월19일)에는 길었던 추석 연휴(10월4일~9일)가 있었고 일본출장(10월 7일~10일)을 가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 가족, 출장을 함께 간 동료들과의 술자리가 이어졌다. 다이어트 시작 이후 한달간 유지하던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단은 깨졌고 알코올과 안주가 그자리를 대신했다. 마운자로를 통해 만든 '칼로리 적자' 구조도 유지되지 않았다.
10월 7~10일 일본 출장 기간 먹은 음식들. 마운자로 주사를 맞은 이후 잘 관리하던 식단은 출장과 연휴기간 흐트러졌다. 특히 음주 이후 다이어트 리듬을 되찾는 과정은 힘들었다.
마운자로가 식욕을 '삭제'해주지는 않는다
마운자로는 GLP-1(글루카곤 유사 수용체)과 GIP(위 억제성 폴리 펩타이드) 두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을 줄이고, 혈당을 안정시키며, 지방 분해를 돕는 치료제다. GLP-1은 위 배출을 늦추고, 식후 인슐린 분비를 늘리며, 식욕 중추가 있는 시상하부와 보상회로(도파민 경로)에 영향을 줘 '더 먹고 싶은 욕구'를 둔하게 만든다. GIP는 인슐린 분비를 보조하고 지방 대사에 관여해 에너지 활용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대사를 밀어준다.
마운자로의 작용은 강력하지만 인간의 식욕 체계는 GLP-1과 GIP만으로 통제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스트레스나 감정의 흔들림이 반복되면 이 억제 효과는 쉽게 약해진다. 육아·다이어트로 인해 억눌려있던 음주 욕구·식욕이 분출하면서 10월 다이어트는 거꾸로 흘러갔다.
'마운자로 리포트' 자문을 맡은 박경민 성수멜팅의원 원장은 "배고픔은 다양한 감정과 연결된다"며 "우리는 외로움도 배고픔으로, 실망감이나 상실감도 배고픔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GLP-1은 도파민 반응을 감소시켜 고칼로리 음식의 매력을 줄이지만, 감정적 섭식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GLP-1 작용제의 중추 효과에 덜 민감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심리적 보상추구 행동이 강한 경우 약물의 식욕억제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은 마운자로·위고비도 무력화할 수 있다. GLP-1은 원래 시상하부의 'CRH(코르티코트로핀 방출 호르몬) 뉴런'을 자극해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고, 이 과정이 식욕 억제에도 일부 기여한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겪는 급성 스트레스는 이야기가 다르다.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급증하고 뇌의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는데, 이 과정이 GLP-1이 만들어놓은 식욕 억제 체계를 순식간에 덮어버린다. 박 원장은 "업무 압박이나 직장상사의 꾸지람, 육아 스트레스처럼 일상에서 반복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몸이 다음 스트레스를 대비하려고 먹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운자로를 뚫는 알코올의 힘
음주도 마운자로를 무력화한다. 맥주 한두 잔이 들어가는 순간 식욕은 확연히 살아났다. 알코올은 대사와 식욕 조절을 교란하는 물질이다. 박 원장은 "알코올은 그렐린을 증가시키고 억제력을 감소시켜 고칼로리 음식을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며 "음주는 GLP-1이 작용하는 생리적 경로를 우회해 사회적·정서적 섭식 경로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알코올이 들어온 순간 대사가 바뀐다는 점이다. 우리 몸은 에너지원을 선택할 때 '우선순위'를 정한다. 알코올은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간은 이를 최우선으로 분해하려 한다. 알코올이 들어오면 지방산을 태워 에너지를 쓰던 간은 지방 산화를 잠시 멈추고, 알코올 대사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그 사이에 혈중으로 돌아다니는 지방산과 식사로 들어온 지방은 지방조직(특히 내장지방)으로 더 많이 쌓이게 된다.
GLP-1 치료제 사용자는 알코올 대사 속도가 더 느려진다는 점도 문제다. 예일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GLP-1 계열 약물이 간의 알코올 분해 효소인 'Cyp2e1' 발현을 평균 40~6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동일한 양의 알코올을 투여해도 GLP-1 투여군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대조군보다 20~30% 더 높게 유지됐으며, 알코올 농도가 정상으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도 30~50%가량 길어졌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GLP-1 약물이 알코올 대사를 늦춰 '적은 양으로 더 오래 취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마운자로는 의지를 대신해주는 기적의 약이 아니다. 혈당을 안정시키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해주는 보조 장치일 뿐, 생활환경과 선택이 여전히 체중 감량의 핵심 변수로 남는다. 약이 식욕을 줄여줄 수는 있어도 스트레스, 술, 감정, 사회적 상황까지 통제해주지는 않는다. 약을 맞고 있다고 해서 마음껏 먹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약이 만들어준 기회를 활용해 식단과 생활습관을 정비해야 체중 감량이 유지된다. 같은 다이어트 치료제·같은 용량을 맞더라도 개인별 편차가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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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자로 투약 1~6주차 체성분변화. 연휴와 출장 기간 일부는 체성분 체크를 못했다. 체성분 변화를 아침 공복, 샤워 전 등 비슷한 조건에서 진행했지만 체내 수분량과 공복 상태 등으로 인해 편차가 발생한다. 체중·체지방량·골격근량 등 주요 지표의 일일값 보다는 추세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체성분을 보면 추석과 출장 기간이 겹친 4~6주차에 체중은 90~91㎏ 사이에서 정체하거나 소폭 반등했고 지방량 역시 줄었다가 다시 늘기를 반복해 안정적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 특히 마운자로 4주차를 마친 이후 다음 마운자로 용량을 2.5㎎에서 5㎎으로 늘려 투약했지만, 체중감량 효과는 배가되지 않았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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