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서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친필본 '난중일기' 국내 최대 규모 전시
"이순신은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찢어진 하늘을 꿰매고, 흐린 태양을 목욕시킨 공로가 있는 분입니다." - 명나라 장수 진린
국내 최대 규모로 이순신 특별전이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2 입구에는 위와 같은 문구가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함께 일본과 맞선 후 귀국하는 진린 장군에게 선조가 이순신에 관해 묻자 그는 위와 같이 말하며 존경심을 표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난중일기'(1552~1598년까지의 기록을 담은 이순신 일기로 국보 76호)와 '임진장초'(이순신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를 베껴 쓴 문건) 등 이순신이 직접 남긴 기록을 중심으로 전쟁 영웅을 넘어 인간 이순신의 내면과 감정, 그리고 시대가 만들어온 상징으로서의 이순신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난중일기' '임진장초' '서간첩' '징비록' 등 국보 6건 15점과 천자총통·지자총통 등 보물 39건 43점을 포함해 총 258건 369점이 전시된다. 국내 이순신 전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또한 이순신 종가의 유물 20건 34점도 서울에서 처음 공개된다.
전시는 이순신의 승리와 시련, 성찰, 사후의 기억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총 4부로 구성했다. ▲임진왜란 이전의 전쟁 대비 ▲명량대첩과 노량해전 ▲이순신의 인간적 삶 ▲후대가 기억한 이순신의 모습 등을 다룬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다이묘(大名) 가문이 보관해 온 유물도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다이묘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침략을 주도한 일본의 지방 영주 계급이다. 다치바나 무네시게 가문의 투구와 창, 금박장식투구, 나베시마 나오시게 가문이 소장한 금채 '울산왜성전투도' 병풍,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초상화와 목상 등이 전시됐다. 서윤희 학예연구관은 "일본 내에서 다이묘들은 신적인 존재라 유물을 대여해오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며 "국내에서도 (임진왜란 침략 주체인) 다이묘 전시가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학술적인) 다른 접근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정유재란 당시 명군이 일본군 격퇴를 기념해 제작한 그림을 병풍으로 꾸민 '정왜기공도병'도 눈길을 끈다. 이 병풍은 그동안 전반부와 후반부가 각각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나뉘어 보관돼 왔으나,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한 공간에서 함께 공개된다. 전반부는 명의 육군과 수군이 산해관에서 출병해 한양에 도착해 마중받는 장면과 명군 제독 유정이 율림에서 고니시 유키나가를 공격하는 장면 등으로 구성됐고, 후반부는 육지의 명군이 순천왜성을 공격하는 장면, 노량해전, 승전 후 한양 환영 연회 장면 등이 담겼다. 원래 중국에서 그린 것이지만, 금채 사용, 산악의 윤곽을 표현한 먹선, 인물 비례 등으로 볼 때 19세기 일본에서 모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감 영상 역시 주요 볼거리다. 전시 도입부 영상은 전쟁에 임하는 이순신의 결의를 바다 이미지와 함께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무기 운용을 시각화해, 대형 총통(천자·지자·현자·황자총통)으로 적선을 격파하는 당파(撞破), 탄환과 화살을 퍼붓는 공격, 마지막으로 화약 무기로 적을 제압하는 분멸(焚滅) 전술 등을 압도적인 화면으로 구현했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체험도 준비돼 있다. 전시실 밖 배움 공간 '감각으로 만나는 우리들의 이순신'에서는 다색판화엽서 제작, 영상 감상 등으로 전시 내용을 자신의 경험과 기억으로 확장할 수 있다. 촉각·청각·시각을 활용한 다감각 체험물도 마련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관람권이 있으면 배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겨울방학 기간에는 어린이·가족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 3종도 운영된다. 어린이 해설사 프로그램 '어린이가 들려주는 이순신 이야기', 해전 전술과 신호 암호를 배우며 전시실을 탐험하는 '출격! 암호를 풀어라', 전시 기반의 퀴즈와 해설로 진행되는 '어린이 골든벨, 종을 울려라'가 준비돼 있다.
이번 전시는 이순신의 인간적인 따뜻한 면모도 조명한다. 서윤희 학예연구관은 "이순신 장군은 전쟁 승리 후 승리감에 도취되기보다 바로 왕에게 장궤(임진장초)를 올려 장수부터 노비까지 공정하게 공적을 기록하려 했다. 부상자들에겐 약과 휴가를 주고, 전사자 가족에겐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해 줬다"며 "전시 상황에선 뭘 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아셨고, 함께한 사람들은 끝까지 책임졌다. 그런 점들을 생각해보는 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유홍준 관장은 "이순신 장군은 23전 23승의 세계에 유례가 없는 명장이지만 사전에 얼마나 준비했는가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군은 화포와 판옥선, 거북선을 마련했고, 필생즉사필사즉생(살려고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정신으로 대비했다"며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지지하는 응원의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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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내년 3월3일까지 이어진다. 개막 후 일주일간(12월4일까지) 무료 관람이 가능하며, 이순신 장군 서거일인 12월16일에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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