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절차 속행 금지' 가처분 심리 중 25일 개찰
KT 만점 가까운 점수…작년 이어 올해도 수주할 듯
신청취지 변경·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변수로 남아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이 조달청을 통해 진행한 536억원대 '2025년도 1차 학교 유무선 네트워크 개선 사업(장비)' 우선협상대상자로 주식회사 케이티(이하 KT)가 선정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아시아경제가 20일 보도([단독]'대기업특혜·예산낭비' 논란 속 멈춰선 경기도교육청 학내망 고도화 사업)한 대로 '입찰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천지방조달청을 압박해 개찰을 강행했다.
가처분 사건 심리 도중 개찰…KT 지난해 이어 또 최고점
26일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 공고에 따르면 인천지방조달청은 전날 오후 5시37분 개찰을 진행해 KT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해 진행된 입찰에서 114개 학교를 대상으로 한 175억원 규모의 장비 구축 사업을 수주했던 KT는 입찰가격점수 9.999점, 기술평가 최종점수 90점 등 만점에 가까운 종합평점(99.999점)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이번 사업도 따낼 가능성이 커졌다.
작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수천억원대 '초·중·고 학내 통신망 고도화 사업'의 핵심은 교실의 영상이나 데이터 신호를 센터로 전송하는 '광다중화장치'를 교실마다 신규로 도입하는 것이다.
문제는 '광다중화장치'가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를 촉진하고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판로지원법)상 중소기업자 간 경쟁입찰을 진행해야 할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임에도 경기교육청이 예외 사유를 들어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발주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복수의 유·무선 통신기 제조 및 정보통신공사업체 등은 지난 9월 24일 대한민국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입찰 절차 속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가처분 신청이 접수됨에 따라 입찰 절차가 중단된 상태였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가처분 신청이 접수된 다음 날인 지난 9월 25일 곧바로 심문기일을 잡아 신청인과 피신청인 양측에 통지했고, 지난달 1일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당시 재판부가 인천지방조달청 측에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절차를 중지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인천지방조달청 측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는 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지난주 본지 취재가 시작된 이후 ▲사업 예산 집행 문제 ▲방학 중 공사 진행 필요성 등 사유를 들어 인천지방조달청에 신속한 입찰 절차 진행을 요청했고, 인천지방조달청은 내부 법리 검토를 거쳐 지난 20일 "평가 일정이 25일로 잡혔다"고 입찰 참가 업체(KT, 삼성SDS, 롯데이노베이트)들에게 통지했다. 그리고 실제 전날 개찰을 진행, KT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일정대로 진행한 것" 해명에도 "이례적 조치" 평가
물론 '입찰 절차 속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접수됐거나, 법원의 심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입찰 절차를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절차를 진행했다가 나중에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이 나올 경우 매우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절차를 중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급하게 입찰 절차를 진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서둘러서 개찰한 것은 아니고 당초 일정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학교들이 빠르면 12월 중순부터 12월 말에 방학을 시작하는데 그때 공사를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없을 때 (장비) 교체 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지금 개찰이라든지 그런 사전 작업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다른 시·도에서도 비슷한 사업이 진행 중인데, 꼭 방학 중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공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법원을 무시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는 조치"라거나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청취지 변경 내지 추가 가처분 신청 변수로
경기도교육청이 입찰 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절차 중단을 요청한 가처분 신청 사건의 결론도 나오기 전에 개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KT로 선정하면서 향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법원 관계자는 "입찰 절차가 일부 진행됐다는 사정변경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당연히 신청의 이익이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고, 가처분 절차에 임하는 당사자들 측에서 사정변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미 개찰 절차가 마무리돼 재판부가 더 이상 심리를 이어갈 실익이 없어 보이지만, 채권자(가처분 신청자)가 사정의 변경이 있었다는 이유로 재판부에 신청취지 변경을 신청하는 등 방법으로 대응할 경우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A씨는 "가처분 신청자들이 이미 진행된 개찰 절차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가처분 사건 심리 도중 진행된 절차의 효력을 다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대한 후속 협상 절차를 서둘러 진행해 KT를 낙찰자로 확정하고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처분을 신청한 업체들의 신청취지 변경이나 또 다른 가처분 신청을 통해 사업이 다시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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