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조정...대산 이어 여수가 분수령
정부 "12월 말 제출기한 연장 없다" 압박
여수 기업들 결단 촉구
산업통상부가 석유화학사업 재편 시한을 한 달여 앞두고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기업들의 신속한 결단을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9월 울산 간담회 이후 세 번째 현장 행보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대산 산단에서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 중단을 전격 결정하며 업계 구조조정의 물꼬를 튼 상황과 맞물려 여수 지역의 움직임이 산업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26일 여수 국가산단에서 여수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제시한 사업재편계획서 제출 시한이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방향'을 통해 설비 축소와 고부가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 충격 최소화 등을 골자로 한 구조개편 방향을 제시하고, 오는 12월 말까지 사업재편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장관은 "대산이 사업재편의 포문을 열었다면, 여수는 사업재편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12월 말 제출기한을 연장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기한을 맞추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며 대산 산단은 업계 최초의 자율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지역으로 평가된다. 롯데케미칼은 고질적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대산 NCC 가동을 중단하고, 관련 설비를 HD현대케미칼 측에 현물출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110만t NCC 중단으로 수천억 원의 적자를 막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그간 3개 산단을 동시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적시했지만 실제로 움직인 것은 대산이 처음이다.
반면 여수 산단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 집적지임에도 기업별 이해관계가 복잡해 논의 진전이 더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산업부가 이번 간담회를 여수에서 연 것은 남은 기간 동안 구조개편 계획을 명확히 제출하라는 강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김 장관은 간담회 직후 LG화학 여수 현장을 찾아 생산 및 안전관리 상황을 점검하며 "여수 기업들이 이번 사업재편을 기존 설비 효율화의 기회로만 보지 말고, 글로벌 스페셜티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에 둘 것"을 당부했다.
이어 여수 산단 내 화학기업, 유지보수 업체, 율촌 산단 철강업체 등이 참여한 '석유화학 철강산업 생태계 간담회'도 열렸다.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부담, 석유화학 특별법 조속 제정, 미국 투자 관련 비자 발급 지원, 해외 플랜트 수주 시 국책 보증 한도 증액 등 다양한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김 장관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기업 부담이 커진 점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요금 조정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전력당국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석유화학 특별법이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내년 1분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비자 발급 지원 데스크 운영과 무역보험공사 수출금융 프로그램 등을 통한 지원 방침도 설명했다.
정부는 지역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가동했다. 여수, 서산, 포항, 광양 등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또는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돼 재직자 전환교육, 구조조정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 등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김 장관은 "5극3특 권역별 성장엔진 전략을 통해 지역이 위기를 넘어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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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연말까지 제출될 사업재편계획서에 대한 심의를 신속히 착수하고, 자구노력 수준과 구체성을 종합 평가해 승인 시점에 맞춰 지원 방안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조만간 발표할 '화학산업 R&D 투자로드맵'에는 고부가 전환 전략과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 계획이 담길 예정이며, 사업재편을 이행한 기업이 우선 지원을 받게 된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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