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제외 강제입대 1만8000명"
"취업비자·시민권 취득 일자리로 속여"
러시아 정부의 취업 사기에 속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강제로 참전한 외국인 병사들이 1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 청년들이 고소득·시민권 부여 일자리 공고를 보고 러시아로 입국했다가 바로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내용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 정부 "북한군 제외 128개국 청년들 러 강제 복무"
우크라이나의 전쟁포로 문제 전문기관인 '전쟁포로 처우조정본부(POW)'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군을 제외하고 러시아군에 입대해 참전한 외국인 병사 중 신원이 확인된 숫자는 1만8000명이며, 이중 3400명이 이미 전사했다고 밝혔다. POW 수장인 드미트리 우소프 우크라이나군 준장은 "실제 러시아군에 복무한 인원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128개국에서 온 청년들 대부분이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입대 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POW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혀있는 외국인 병사들은 약 200여명에 이른다. 이 병사들은 우크라이나 조사관들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당한 뒤 훈련소로 강제로 끌려갔다"며 "1~2주동안 군사훈련을 받고 곧바로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오랜 전쟁으로 전사자 수가 급증해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NN은 미국과 서방 정보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사상자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사망자만 25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이는데 남성 인구 감소압력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소득·취업비자 취득 일자리로 속여 강제 입대… 입대 거부 시 폭행·협박
러시아 정부와 기업, 기관들이 외국인 병사들을 강제 모집하기 위해 취업 사기를 일삼고 있다는 내용의 폭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소득 일자리 취업 알선 광고나 취업비자·시민권 취득이 가능한 일자리 광고를 미끼로 많은 외국인 청년들을 유혹한 뒤, 병력에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정부가 지난 6월부터 SNS인 텔레그램에서 건설, 창고, 경비원, 운전기사 등 노동자 구인광고를 크게 늘렸으며 이에따라 인도와 스리랑카, 쿠바, 네팔, 케냐 등 저소득국가 청년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들은 러시아에 입국한 뒤 강제 입대돼 군사훈련을 받고 전선으로 배치됐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거주해온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이민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연행한 뒤, 강제 입대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폭로도 나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출신 국적자 2만여명이 최근 강제로 징집대상자가 됐으며, 군 등록을 거부한 사람은 투옥되거나 추방 위협을 받고 폭행당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외국인 병사들에 대한 강제입대 의혹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CNN은 "러시아군과 외무부와 외국인 입대 문제와 관련한 논평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인도·케냐 등 각국 정부서 항의…"러 불법모집 중단해야"
이와 별개로 아예 자국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자 자원입대한 군인들도 있다. 최근 한 카메룬 출신 군인은 러시아군에 입대한 후 SNS에 "높은 월급 때문에 러시아에 가서 죽는걸 선택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실제 카메룬 현지 부사관 월급은 평균 88달러(약 13만원) 정도인데 반해 러시아군은 2000달러(약 300만원) 정도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민 취업사기 입대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는 국가들은 러시아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참전시키고자 불법 모집된 케냐 청년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러한 활동을 중단해야 하며 청년들도 해외 취업 제안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인도 외교부도 14일 성명을 통해 "44명의 인도 국민이 러시아를 위해 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이들을 최대한 빨리 석방해야할 것이며 이러한 관행을 종식하기 위해 러시아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도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인 돈바스 지역에서 17명의 자국민 남성이 구조요청을 보냈다"며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게 된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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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00여명의 청년이 취업 사기로 러시아군에 입대한 네팔의 경우에는 아예 취업 목적으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로 출국을 못하도록 규제했다. 이에따라 올해는 러시아군 입대자가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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