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우려 반영 입법 고민…속도는 느려
배임죄는 '연구용역' 결과 기다리고 있어
의무공개매수는 野 소속 상임위원장 소관
3차 상법 개정안 연내 통과가 목표인 더불어민주당은 재계 우려를 반영해 배임죄 대체입법 마련과 의무공개매수제도 등 보완 입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보완 입법의 속도다.
배임죄 대체입법 '느릿'…"더 늦으면 대안 고민"
당정은 지난달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기업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배임죄를 개선해 사업자의 피해를 줄이고 민사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으로 인한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진 가운데 배임죄 폐지 혹은 완화를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다만 배임죄 대체입법 마련은 3차 상법 개정안 처리보다 속도가 느린 상태다. 최근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배임죄 대체입법 마련이 생각보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짧든 길든 연구용역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체입법과 관련한 연구용역은 법무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배임죄 관련 당내 논의를 주도하는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핵심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워킹그룹(실무단) 형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용역 마무리까지) 시간은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배임죄 대체입법은 배임죄를 명확히 규정하는 특례법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논의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도 유형화해야 하는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TF 관계자는 "특례법을 만들면 관련된 법들이 많을 것"이라며 "여러 법에 배임죄 처벌 요소들이 있을 텐데, 이를 한데 모아서 정비를 한 번 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는 용역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만 지나치게 늦어지면 다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법 관련 논의를 주도한 코스피5000 특위의 한 의원은 "다음 달 중순까지는 (대체입법 관련) 보고를 한다고 했지만,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면 태도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대안에 대해 "경영상 판단의 원칙을 구성요건에 넣으면 수사기관에서도 이에 맞춰 수사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與 의무공개매수 열려있지만…소관 상임위원장 野 소속
민주당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자본시장법 개정)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특정 주주가 상장회사의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획득해 대주주가 되는 경우 잔여 지분을 의무적으로 공개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코스피 5000특위 소속 김남근 의원은 24일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가 주된 목적이 아니고 주주환원 정책"이라며 "경영권 방어 정책으로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의 입법도 후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재계가 제시하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황금주, 차등의결권은 민주당의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은 잔여 지분을 살 때 모두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안(100% 의무공개매수)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인수합병(M&A)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합리적인 숫자를 고민하고 있다. 참고로 전 정부에서는 경영권 확보 기준인 50%+1주까지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안을 밀었다. 코스피5000 특위 관계자는 "M&A가 어느 정도는 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중간 지점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역시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의 상임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속도를 내긴 어렵다. 지난 24일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이정문 의원안이 상정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정문 의원안은 특정 주주가 주식 총수의 25%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 잔여 주식 전부에 대해 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하는 안이다.
전문가 "합리적 안, 정교한 입법 필요"
전문가들은 합리적이고 정교한 입법을 강조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무공개매수제도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개의무매수제도는 필요하다"면서도 "나머지 잔여 지분을 모두 사게 하는 안(100% 공개매수)은 무리가 있어 보여 합리적인 안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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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 폐지 및 대체입법과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임죄는 경영자에게도 적용되지만, 직원에게도 적용되는 조항"이라며 "경영 판단의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배임죄를 다 폐지해버리면 근로자의 배임죄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경영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나쁠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법 조항을 넣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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