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호할 법도 부업 사기에는 속수무책
법 허점 들여다보니
"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기꾼들이 '대가 관계'를 빙자하면서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부업 사기 피해자들은 사회적 보호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스마트폰과 같은 전기·전자 통신수단을 통해 피해자를 속여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행위를 보이스피싱으로 정의한다. 휴대전화로 검찰청,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면서 금전을 요구하는 전화가 보이스피싱의 대표적인 예시다. 2000년대 후반 일명 '김미영 팀장'이라고 불리는 가상의 인물로 인해 보이스피싱 피해가 커지자 국회는 2011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제정했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동시에 빠른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서였다. 금융회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에 따라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로 의심될 경우 지급정지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전기·전자 통신수단을 이용한 모든 사기 행위가 보이스피싱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보이스피싱에서 제외된다. 물건 및 서비스 등 대가를 제공할 것처럼 속여서 돈을 받은 이후 잠적하는 행동이 이 행위에 해당한다. 부업 사기도 같은 이유로 보이스피싱에서 제외된다. 부업 사기 가해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아닌 일반 사기죄 혐의를 적용받는다.
온라인상 사기 발생해도…대가 관계있으면 보이스피싱에서 제외
제18대 국회는 2010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만들면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 문구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2010년 9월2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금융회사의 지급정지 조치 의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피해환급금 지급 등에 집중했다. 의결 과정에서도 여야는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국회 정무위 법률안심사소위원장이었던 이사철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보이스피싱으로 피해 입은 서민들이 민사소송을 대신할 특별한 피해 구제 절차를 마련했다"며 "사법체계와의 충분한 조율이 필요해 대법원,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은행연합회 등 관계 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해당 문구가 들어간 배경은 최근 대법원의 판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혐의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보이스피싱에서 제외한 이유는 보이스피싱이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재화나 용역에 관한 일반적인 거래를 규율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산상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갖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즉, 대가가 오가는 온라인상 거래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사기와 보이스피싱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해당 문구를 포함했다는 뜻이다.
부업 등 신종 사기 우후죽순…지급정지 등 피해 복구는 어려워
문제는 제정된 지 10년이 넘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피해를 주지만 소액의 금전을 우선 주고받는 등 겉으로 대가 관계가 있는 것처럼 꾸며 보이스피싱 적용을 피할 수 있는 구조를 이용하고 있다. 노동력과 금전적 보상이 오가는 부업 사기뿐만 아니라 로맨스 스캠, 노쇼 사기 등 신종 사기도 대가 관계가 있기 때문에 보이스피싱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당 문구로 인해 부업 사기 피해자의 피해 복구는 어려워진다. 보이스피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계좌 지급정지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에 해당할 경우 곧바로 은행을 통하거나 경찰의 도움을 받아 범죄자 계좌의 지급정지를 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 이외 혐의에 해당해도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지만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일단 금융거래가 자금세탁 행위 또는 테러에 연루돼야 하고 금융기관이 금융정보분석원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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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복구 속도도 현저히 느리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만 있다면 즉시 계좌 지급정지 조치를 취하도록 은행 등 금융회사에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지급정지 이후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피해구제를 신청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반면 부업 사기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민사 또는 형사 소송을 거쳐야만 피해 복구가 가능하다. 대법원의 202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의 민사 합의부 1심 사건 판결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437.3일로 1년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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