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괌 탑승률 10%대 추락
합병 조건 규제가 공급 과잉 초래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김해공항이 사상 첫 국제선 연간 10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승객 수가 한 자릿수에 그치는 '텅 빈 비행기' 운항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으로 일부 비인기 노선의 공급을 억지로 유지해야 하는 규제가 지방 공항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괌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한 대한항공 KE2260편에는 승객이 단 3명뿐이었다. 해당 기종의 좌석 수는 180석으로 기장·부기장과 객실 승무원 4명 등 6명이 탑승하는 점을 고려하면 직원 숫자가 승객보다 많았던 셈이다.
이달 1일 부산발 괌행 대한항공 항공기 탑승객은 4명으로 같은 기간 왕복편 승객을 모두 합쳐도 19명에 그쳤다. 에어부산과 진에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11월 들어 부산~괌 노선의 평균 탑승률은 10~20% 수준에 머물렀다.
항공업계에서는 괌 노선이 최근 '눕코노미(옆 좌석이 모두 비어 누워 갈 수 있는 이코노미)'의 대표적 노선으로 불릴 정도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환율 상승과 베트남 푸꾸옥, 필리핀 보홀 등 대체 휴양지의 급부상으로 괌 수요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공급만 늘어난 탓이다.
이 같은 공급 과잉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조건에서 비롯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승인 조건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에 일부 국제선의 공급석을 2019년 대비 90% 이상 유지할 것을 10년간 의무화했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크게 줄어든 괌·세부 노선 등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띄우게 됐다. 문제는 이 규제가 지방 공항 노선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김해공항은 대한항공·에어부산·진에어의 비중이 절대적인데 이들 항공사는 모두 합병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김해공항은 이미 슬롯(이착륙 시간대)이 포화 상태인데 탑승률 10% 수준의 비인기 노선을 의무적으로 운항하게 되면서 신규 노선 취항이 사실상 가로막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재 김해공항에서 공급 유지 의무가 적용되는 노선은 ▲부산~괌 ▲부산~세부 ▲부산~베이징 ▲부산~다낭 ▲부산~칭다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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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달리 김해공항은 규제 대상 노선 대부분이 비인기 노선"이라며 "김해공항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항공, 에어부산, 진에어가 비인기 노선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면 김해공항 성장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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