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신고 앱 보편화 효과
규범의식 확산 긍정적 역할
유튜브 응징 콘텐츠 '인기'
사소한 실수까지 비난 대상
분노 해소용 신고 늘어나
"신고 범위·목적 재정립 필요"
직장인 A씨(41)는 최근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운전했다가 누군가 블랙박스 영상으로 신고해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 그는 "사고 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해 깜빡이를 켜지 않았는데 뒤늦게 과태료를 받으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일상 속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한 시민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 공공 신고 애플리케이션(앱)의 보편화와 응징 성향의 유튜브 콘텐츠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사적 감시가 일상화되면서 사회가 지나치게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안전신문고' 앱을 통한 공익신고는 2017년 22만6919건에서 지난해 1243만4938건으로 7년 사이 55배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전년(752만8979건) 대비 65.2% 폭증했다. 안전신문고는 불법 주정차, 자동차 교통위반,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일상 속 각종 위법·질서 저해 행위를 시민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공공 제보 플랫폼이다.
경찰청 교통법규 위반 적발 건수 역시 지난해 2569만6325건으로 사상 최대였다. 회사원 장모씨(37)는 "교통 위반 사항에 대해 최근 3개월 사이 20건 넘게 신고했다"며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신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적발 건수 증가는 단속 강화보다 시민 신고의 영향이 더 크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단속이 필수였던 방향지시등 미점등이나 정지선 침범조차 이제는 시민 제보를 통해 적발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익신고는 사회 안전망 강화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통질서나 환경 위반에 대한 시민 참여가 높아질수록 규범 의식이 확산되고, 단속 사각지대가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참여형 감시'가 공공기관의 인력 한계를 보완하며 안전사회를 만드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불법 주정차나 쓰레기 투기 등은 신고를 통해 개선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감시 사회'로의 변질 가능성이다. 단순 위반보다 '응징'을 목적으로 한 신고가 늘면서 사소한 실수까지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응징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 스티커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차량을 직접 신고하는 유튜버의 영상은 건당 20만~30만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신상이 노출되거나, 악의적 제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신고 행위가 정의 실현보다 '분노 해소'와 '인기 확보'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신고의 범위와 목적을 사회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 위반 신고보다, 공익적 목적과 사회 안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제보 문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신고 포상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중복 신고 제한'과 '허위 신고 처벌'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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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익 제보가 위험 상황을 예방하고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분노의 표출이나 '너도 당해봐라'는 보복의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관용과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고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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