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 인정…반도체 최혜국대우
쇠고기·쌀 추가 개방 불포함…검역절차 협력·소통 강화
주한미군 지속 주둔 포함…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美지지 명시
美 해군함정 한국 건조도 가능성 열어둬
새 정부 출범 이후 5개월 동안 진행된 한미 통상·안보 분야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발표자료)'에는 두 차례 정상회담을 포함해 협상단이 미국 측 파트너들과 대면·비대면으로 인내하며 줄다리기를 한 결과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직접 조인트 팩트시트 최종 합의 소식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이렇게 소홀히 할 수 없었다"고 소회했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이 동시에 내놓은 조인트 팩트시트에 담긴 내용은 크게 ▲경제·통상 관계 안정화 ▲한미동맹 현대화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등으로 구분된다. 한미 양국이 지난 7월 30일 큰 틀에서 관세협상에 합의한 이후 107일 만의 최종 결과물이다.
한미 양국은 경제·통상 관계 안정화와 관련해 국민 경제에 직결되는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우선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AI·퀀텀 컴퓨팅 등 분야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를 통한 전략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좀처럼 진전이 없었던 관세 협상은 지난달 29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계기로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관세 합의의 핵심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인데 1500억 달러 조선협력 투자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른 2000억 달러 투자가 포함된다. 우리 협상단을 투자금 지급으로 인한 한국 외환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연간 자금조달액 상한은 200억 달러로 관철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금 조달 규모와 납입 시기 등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대미 투자 패키지'의 세부 내용이 합의에 이름에 따라 7월 말 상호 관세를 15%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큰 틀의 합의도 이행할 수 있게 됐다. 한국산 자동차·부품, 목재 제품에 대한 미국의 제232조 관세율도 15%로 조정되고 향후 부과가 예고된 의약품 232조 관세도 최대 15%가 적용된다.
특히 반도체·장비 232조 관세의 경우, 미국이 주요 경쟁대상(대만)과 추후 타결할 합의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건 부여하도록 했다. 또한 특정 항공기·부품에 대해 상호관세, 철강·알루미늄·구리 232조 관세를 면제하고, 제네릭의약품과 일부 천연자원 등 전략품목에 대해서도 상호관세 면제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용산 브리핑에서 "사실상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업적 유대 강화, 우리 기업 1500억 달러 직접투자 …비관세장벽도 해소하기로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된 우리 기업들의 1500억 달러 대미 직접투자와 미국 항공기 구매 계획, 미국 수입상품 구매전 개최 등 양국 간 상업적 교류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GE 에어로스페이스 엔진을 장착한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발표를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총주문량은 150대를 초과할 전망이다. 또한 팩트시트에는 "'Buy America in Seoul'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며 "해당 이니셔티브는 한국이 미국 주정부와 협력하에 중소기업을 포함한 미국 기업이 참가하는 연례 전시회를 개최해 미국산 상품의 한국 수출을 촉진하는 구상"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호혜적 무역·투자 환경을 위해 비관세장벽은 해소키로 합의했다. 한국의 농업 분야 민감성을 반영해 쇠고기·쌀 등 추가적인 시장개방은 포함하지 않되, 검역절차 과정에서 양국간 협력·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디지털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 비차별 ▲노동·환경 분야 협력 강화 등에도 합의했다. 연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장관급 공동위원회 개최, 비관세 분야 합의사안별 이행계획을 확정하자는 내용도 조인트 팩트시트에 담겼다.
안보 분야, 핵추진 잠수함 건조 美지지 확보…한미동맹 현대화
안보 분야에서는 수십년간 숙원과제였던 이른바 게임 체인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미국 측의 지지를 처음으로 확보했다.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 대비 3.5%까지 끌어올리면서 미국의 첨단무기 도입과 한미 간 첨단무기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목을 끌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한미 간 협력을 지속하기로 하는 한편 확장억제를 통한 확고한 방위공약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역할도 재확인했다. 한미는 핵협의그룹(NCG) 등을 통해 확장억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북한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 위협에 대응해 미국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전작권 전환 추진과 관련해 "임기 내에 가급적 빨리 한다고 돼 있다"며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2018년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한 협력과 대북정책 공조 강화 그리고 한미일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자는 의지를 담았다.
조선업 협력 강화…우라늄 농축·재처리 미국 측 협조 확보
한미 양국은 새로운 분야로 협력의 폭을 넓히는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조선 분야 '윈윈(win-win)' 협력기반 마련을 위해 한국이 미국의 조선소 현대화, MRO 역량 강화, 인력양성, 공급망 안정화 등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하기로 했다.
이런 기여를 토대로 미국 상선은 물론 해군 함정을 한국 내에서 건조하는 방식을 열어놓을 수 있게 됐고, 동시에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선박 시장 진출 발판도 마련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한미는 조선분야 협력과 관련한 협의체인 실무그룹 출범에도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의 건조조차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면서 "대한민국과 미국 조선업이 함께 위대해질 수 있는 발판이 구축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팩트시트에는 핵 추진 잠수함의 건조 장소까지 거론되지 않았다. 이에 위 실장은 "정상 간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며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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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분야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다. 한국은 이번 조인트 팩트시트를 통해 우라늄 농축·재처리에 대한 미국 측의 공개적인 협조와 지지 최초로 확보하고 앞으로 관련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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