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통상·안보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협상 진행 둘러싼 정치적 파열음에 "실패 기다려 공격 하겠다는 심사"
대미투자 펀드 年 200억 달러 한도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내용도 담겨
한미 통상·안보 협상 결과를 총망라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나오기까지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대통령실 참모와 관계부처 장관들은 대면·비대면으로 수십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정말로 어려웠던 것은 빨리 합의해라, 빨리하지 못하는 게 무능한 거다, 상대방의 요구를 빨리빨리 들어줘라, 이런 취지의 압박을 내부에서 가하는 그런 상황들이 참으로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통상·안보 관련 팩트시트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추상적인 문헌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개인적 이해관계나 정치적으로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적당히 넘어가자는 의견도 적지는 않았다. 대외적 관계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정치적 입장이 좀 다르더라도 국익과 국민들을 위해서 합리적 목소리를 내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전면에서 정말 힘센 강자와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협상을 하는데 그걸 버티기도 참 힘든 상황에서 자꾸 발목을 잡거나 왜 요구를 빨리 안 들어주느냐고 하는 것은 참 견디기 어려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이 일종의 힘의 관계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었고 국익이나 국민의 삶보다는 힘의 관계에 밀려 국익을 훼손할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국익에 관한 한, 대외적 관계에 관한 한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 국익에 반하는 합의를 강제하거나 또는 실패하기를 기다려서 공격하겠다는 심사처럼 느껴지는 그런 내부적인 부당한 압력은 참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강자와 협상에서 유일한 힘은 버티는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어쩔 수 없이 응해야 하는 협상에서 손실을 최소화해야 했고, 이에 따라 시간도 걸렸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추가로 새롭게 얻어내기 위한 능동적 적극적 협상을 하는 게 아니고 상대의 요구에 의해서 국제질서 재편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비자발적 협상이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가진 최대의 무기는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우리의 유일한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유일한 조치였다. 늦었다고 혹여 지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인트 팩트시트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우라늄 농축·재처리 문제, 핵추진 잠수함 등 안보 관련 의제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실제적인 세부 문안 작성에 있어서는 매우 여러 가지 다른 의견들을 제시했다"면서 "우리 역시도 이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 사안 하나 이렇게 소홀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 또 핵추진 잠수함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 약간의 조정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는 관세협상 타결 107일 만이다. 양국은 지난 7월30일 큰 틀에서 관세협상에 합의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은 미국에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2000억달러를 현금(equity) 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달러는 우리 기업 주도로 조선업 협력인 이른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현금(equity)·보증(guarantee) 등 혼합 방식으로 투입된다. 투자 수익 배분 비율은 원금 회수 전 5대 5로 하기로 했다. 한국은 외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분할 납부 방식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관철했고, 미국은 투자 원금 회수 전 투자 수익 배분 비율을 한국과 미국 각각 9대 1에서 5대 5로 바꿨다. 양해각서(MOU) 제1조에는 상업적 합리성(Commercial Rationality) 원칙을 명시했다.
아울러 미국은 상호 관세를 15%로 유지하면서 반도체 관세의 경우 대만 등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의약품이나·목재 등 일부 품목은 최혜국 대우를, 항공기 부품·의약품 일부는 무관세를 적용한다.
안보 분야에서는 국방비 증액,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을 포함하는 '동맹 현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미국은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라는 문구가 반영됐다.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보 분야 협상은 지난 8월 워싱턴DC 열린 한미 정상회담 즈음 합의 문안 조율을 끝냈을 만큼 결론에 이르렀으나 경주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등 새로운 의제가 다뤄지면서 다시 시작됐고, 최근 문안 조율을 재차 마무리했다.
지금 뜨는 뉴스
이번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로 한미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15%로 확정하기 위한 후속 절차에 착수한다. 일단 정부는 미국과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등 관세 분야 합의가 담긴 MOU 체결을 마무리한 이후 대미 투자 특별법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인출해 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선 근거 법률이 필요해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하 행정명령 서명과 관보 게재 절차를 밟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