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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 35주년 기념식 열려…신창재 교보생명 의장 "시대의 아픔 위로하고 희망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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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만2500명이 뽑은 '베스트 광화문글판' 공개…장석주 시 '대추 한 알' 1위
35주년 기념도서 발간
신창재 의장 "희망 건네는 문화의 창 되도록 노력"

교보생명이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광화문글판 35주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를 열고 시민이 직접 뽑은 베스트 광화문글판을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온라인 투표엔 시민 2만2500명이 참여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문안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며 '견디며 익어가는 인내와 회복의 메시지'가 시민의 일상에 다정한 위로로 다가섰다는 평이다.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나태주 '풀꽃', 문정희 '겨울 사랑', 정현종 '방문객'이 상위권에 올랐다. 김규동 '해는 기울고', 유희경 '대화', 허형만 '겨울 들판을 거닐며',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이생진 '벌레 먹은 나뭇잎'이 그 뒤를 이었다.


광화문글판 35주년 기념식 열려…신창재 교보생명 의장 "시대의 아픔 위로하고 희망 전해"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광화문글판 35주년 기념 북콘서트에서 연사에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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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일반 시민과 대학생, 문학인 등 300여명이 함께했다. 행사는 미디어 아티스트 염동균 작가의 VR(가상현실) 퍼포먼스로 문을 열었다. 인생의 계단 속에서 광화문글판을 보고 느끼며 성장하는 여정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이어 베스트 글판 시 낭송, 기념 도서 북토크, 가수 요조의 공연이 이어지며 35년간 광화문글판의 철학과 여정을 되돌아보고 시민과 함께 '한 줄의 문장'이 가진 힘의 의미를 되새겼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은 환영사에서 "35년간 광화문글판은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하는 시민들의 벗으로 자라났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 등 어려운 시절에도 광화문글판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해 왔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이어 "한 편의 시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한 줄의 문장이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었던 건 시민 여러분의 공감과 참여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이 시민의 일상 속에서 짧은 휴식과 미래 희망을 건네는 문화의 창으로 계속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이날 베스트 문안의 주인공인 장석주·도종환·나태주·문정희 시인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35년간 시민과 함께 만들어온 글판의 의미를 기념했다. 이들은 무대에 올라 직접 시를 낭송하며 시민들과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열린 북토크 '광화문글판의 오늘과 내일'에서는 문안선정위원 김연수(소설가), 요조(수필가·뮤지션), 유희경(시인·서점 대표), 장재선(시인·언론인)이 참여했다. 유희경 위원의 진행 아래 '기억속 광화문글판', '지금-여기의 광화문글판', '다음의 광화문글판' 등 3가지 주제로 대담이 이어졌다.


패널들은 광화문글판을 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게 하는 언어의 예술이자 흐트러진 마음을 붙잡아주는 닻 같은 존재로 표현했다. 짧은 문장 하나가 시민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우리나라 말의 아름다움과 삶의 철학을 되새기게 하는 대표적 문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고도 했다. 최근엔 외국인 방문객과 한글 학습자들에게 한글의 표현미와 감성을 전하는 창이 되고 있다고도 입을 모았다.


광화문글판 35년 기념 도서인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에서는 문안선정위원 인터뷰, 계절별 글판 사진, 시민 사연 등이 수록돼 있어 광화문글판의 35년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 1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첫 문안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 활력 다시 찾자'였다. 초기엔 계몽적 표어의 성격이 강했다.


광화문글판이 지금처럼 감성적인 모습으로 변화한 건 1998년부터다. 1997년 말 IMF 외환위기로 고통과 절망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자 신용호 창립자는 "기업 홍보는 생각하지 말고 시민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이듬해 봄 고은 시인의 '낯선 곳'에서 따온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문안이 걸리며 광화문글판은 비로소 시가 있는 도시의 풍경으로 거듭났다.


2000년부터는 신창재 의장이 시민과의 온전한 소통을 위해 문인·언론인·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를 발족했다. 문안선정위는 '이 현판이 시민의 공공재이며, 주인은 시민'이라는 취지 아래 공식 명칭을 광화문글판으로 정하고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2003년부터는 교체시기도 계절의 변화에 맞춰 연 4회로 정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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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은 35년 동안 총 117편의 문안으로 시민의 삶과 호흡하며 희망과 사랑,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 문안들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 걸리며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국내를 대표하는 인문학적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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