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등학생들의 학원 교습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밤 12시로 연장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지난달 28일 서울시의회가 입법 예고하자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밤12시 연장 입법예고에 청소년인권단체 반발
정지웅(국민의힘·서대문1) 의원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현재 초등·중등·고등학생 모두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정해놓은 학교교과교습학원 등의 교습 시간을 초등·중등학생은 현행 유지하고, 고등학생은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진보 교육시민단체들은 "아동·청소년의 기본권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 조례"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현행 유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청소년 인권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6일 성명을 발표하고 서울시의회를 향해 "마치 학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듯한 논리로 공공의 안녕과 서울시민, 서울 청소년의 행복추구를 위해 노력해야 서울시의회의 공공성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정책연대는 또 "교육계와 학부모단체, 청소년단체들도 이 조례안이 비윤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 바 있으나 서울시의회는 오는 11월 11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여는 등 각계의 철회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며 즉각적 철회를 요구했다.
"2008년엔 자유로 하자 의결하고 2016년에는 11시 연장 추진"
앞서 2008년 국가청소년위원회 청소년심야학습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는 "이같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하던 서울시의회가 아예 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 하자며 조례안을 의결한 적도 있었다"면서 "2016년에는 서울시의회가 또 학원 시간을 10시에서 11시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모두 공교육을 바로 세우도록 고민해야 할 서울시의회가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하는 척 하며 사교육업체의 논리를 마치 교육적인 양 포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진 이후 밤늦게까지 청소년들을 밤거리에 활보하게 방치하고 각종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정신나간 발상"이라며 "학원들이야 경제적 이득을 먼저 챙기는 게 생리이니 그렇다 쳐도, 10시나 11시나 심야학원 영업이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이를 굳이 하지 말라고 제한할 필요가 있냐라는 전형적인 사교육업체스러운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조례 개정으로 밀어 부치려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의원 자격이 없다"고 했다. 정책연대는 서울시의회가 위헌·위법조례안을 즉각 철회하도록 각종 압박운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학원단체 "원론적 찬성…10시 제한시 불법과외, 교습비 인상 우려"
이에 견줘 한국학원총연합회는 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교습 시간 연장 논의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나 단순한 이익 수호로 매도되는 분위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 연합회는 "오후 10시로 교습 시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풍선 효과로 인해 불법 개인과외가 성행하고 교습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자정 이후 게임이나 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사례는 규제 대상이 아니면서 학원만을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가르치는 것이 죄가 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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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회에 따르면 학원 교습 시간 규제는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대전, 울산 등은 자정까지 교습할 수 있으며 부산, 인천 등은 오후 11시까지, 서울과 대구, 광주, 세종, 경기는 오후 10시까지 허용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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