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위법 위임 없어"
"협의 미실시도 위법 아냐”
지방의회 조례 효력 다투려면
재의 요구 등 적법 절차 거쳐야
중앙-지자체 간 권한 충돌서
자치입법권 존중 첫 판단
문화재 주변 100m 밖 공사에 대해서도 인허가를 받도록 한 조항을 삭제한 서울시의 조례 개정과 관련해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대법원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은 서울시가 2022년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제19조 제5항을 삭제하면서 촉발됐다. 빠진 19조 5항은 문화재 보호 구역(국가지정문화재 100m 이내, 지정문화재 50m 이내)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공사 인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법률상 허가제와 중복되는 불필요한 절차를 없애려는 단순 정비"를 위해서 조례를 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문화재청은 "사실상 법률의 적용 범위를 축소해 문화재 보호체계를 흔드는 위법한 조례"라며 대법원에 무효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시는 소 제기 이후 해당 조례를 폐지하고 같은 날 '국가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새로 제정했다. 문제의 조항은 새 조례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법에 위법하다며 서울시를 제소하며 두 기관의 해묵은 갈등이 대법까지 가게 된 것이다.
대법은 최종적으로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은 6일 판결에서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의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상위법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초과하는 지역까지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해당 조항을 삭제하면서 문화재청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법령우위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이런 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상위법 범위를 벗어나 규정된 조례를 스스로 정비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중앙행정기관이 지방의회의 조례 효력을 다투기 위해선 법이 정한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함을 확인한 의미가 있다.
대법은 또 문화재청이 재의 요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소송을 낸 부분도 부적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지방자치법은 주무부장관이 재의 요구 지시를 거치지 않고 지방의회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문화재청이 절차를 생략한 채 조례 그 자체의 무효를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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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문화재청의 주위적 청구(조례안 의결 무효)와 예비적 청구(현행 조례 무효)를 기각·각하하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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