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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홈플러스, 회생만이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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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홈플러스, 회생만이 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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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를 두고 두 곳의 기업이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들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경영 능력에 대한 의심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 중 한 곳인 인공지능(AI) 업체 하렉스인포텍 대표는 지난 4일 기자를 만나 "AI로 모든 걸 연결하겠다"는 말만 남기며 인수 후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또 다른 곳인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는 유통업에 경험이 없고,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홈플러스 기업회생이 표면적으로는 '부활'을 외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회생이 아닌 연명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홈플러스는 한때 전국 140여개 점포를 거느린 유통 공룡이었다. 그러나 e커머스 확산과 소비 패턴 변화, 임대료 상승, 인건비 부담 등으로 매년 구조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여전히 크지만 영업이익은 급감했고 핵심 점포의 매각을 통한 일시적 현금 확보가 사실상 유일한 생존 전략으로 남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과연 홈플러스를 되살릴 역량과 비전을 갖고 있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현재 인수 의사를 밝힌 두 곳 모두 뚜렷한 유통업 경험이 없고, 최근 몇 년간 재무 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인수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 부동산 자산 확보를 위한 투기적 접근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생이란 명분 아래 핵심 자산만 빼먹는, 이른바 '좀비형 회생'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산업의 구조적 침체다. 홈플러스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점포 리뉴얼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전환 모델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도의 투자 여력과 혁신 의지를 인수 후보들이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부채를 안은 채 몸집만 키운다면 회생 절차는 시간을 끄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기업회생은 원래 잠재력이 있는 기업이 일시적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제도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위기는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수익성의 붕괴에 가깝다. 인수 기업이 어떤 새로운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단순한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버티려 한다면, 이는 회생이 아니라 연명이다. 회생을 위한 회생은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뿐이다.


정부와 채권단 역시 냉정해야 한다. 인수 후보자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자 정치권에선 또다시 '농협 역할론'을 띄우고 있다. 하지만 올해 8월 기준 농협유통은 15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4년 연속 적자다. 산업구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홈플러스와 연관된 직간접 고용인원은 10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구조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인수 후보자가 홈플러스를 품게 된다면 단기 고용 유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역 경제 논리를 이유로 비효율적 회생을 지속한다면, 산업 전체의 전환을 늦출 뿐이다. 오히려 청산이나 부분 매각을 통해 자본과 인력이 생산성 높은 영역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큰 사회적 효율을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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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것은 '살리기'가 아니라 '정리하기'의 용기다. 시장의 현실과 산업의 방향을 외면한 회생은 결국 소비자와 근로자, 그리고 국가 경제 모두에게 손실을 안긴다. 회생만이 답은 아니다. 때로는 질서 있는 청산이, 다음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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