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단기렌트로 숙박해결
15분 택시 대신 2시간 버스
허리띠 졸라매는 유학생들
한국 거주 기러기 아빠 부담
독일에서 인턴 생활 중인 나수연씨(29)는 올해 이사만 세 번째다. 최근 나씨는 한국인과의 츠비셴미테(Zwischenmieter·기존 세입자가 단기간 임시 임차인을 구해 계약하는 것)로 한 달에 600유로짜리 방을 구했다. 오스트리아로 3개월 동안 출장을 간 다른 한국인의 방이다. 나씨는 "환율이 처음 올 때만 해도 159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650원을 넘어 생활비가 갈수록 부담된다"며 "이사 다니긴 힘들지만, 중개수수료 없이 보증금만 내고 가구가 마련된 방에 들어갈 수 있어 초기부담금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최근 원화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5일 장중 1450원까지 오르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원·유로 환율 또한 1662원대로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인덱스도 최근 100을 넘어서 지난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떨어질 줄 모르는 환율에 시름이 깊어진 유학생들은 각자 자구책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주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한국인 간 단기렌트 계약이다. 주로 기존 세입자로 지내는 현지 한국인이 해외 출장, 한국 방문 등으로 집을 비울 일이 생기면, 단기 투숙을 찾는 유학생·직장인에게 방을 빌려주는 형태다. 영어로는 서블렛(Sublet), 독일어로는 츠비셴미테로 불린다. 기존 임대인 입장에서 방이 비는 동안 월세 부담을 메꾸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호텔 등 숙박시설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어서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식사를 건너뛰거나 택시 탈 사람을 구해 같이 타는 이들도 있다. 미국 워싱턴D.C.의 한 대학교에서 3개월째 교환학생 중인 강은성씨(23)는 하루 커피 두 잔은 사치고, 대중교통에서 시간을 버리기 일쑤다. 강씨는 "버스 배차 간격이 큰 미국은 택시 탈 일이 많은데, 15분 택시 타기도 부담돼서 인원을 구해 타거나 2시간 버스를 탄 적도 있다"면서 "새 옷을 사는 대신 빈티지 숍을 이용하고, 세탁기도 친구와 함께 돌려 비용을 나눈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유학 중인 성수연씨(24)는 "외식과 쇼핑을 모르는 사람이 돼가는 기분"이라며 "환율이 오르니 월세도 처음 계약할 때와 앞자리가 달라져 눈물을 머금고 내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유학차 캐나다로 가족을 보낸 기러기 아빠 이건학씨(55)도 나날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씨는 "200만원 보내던 월세에 20만~30만원을 더 보내고 있다"며 "여기에 생활비도 100만원씩 더 보내니 확실히 부담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고등학생·대학생인 아들·딸 학비도 오르는 추세라 현지에서도 최소 생계유지만으로 생활하고, 음식은 집에서 해 먹고 있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왔는데 끝까지 간다는 마음이라 절약만이 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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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 늘어나는 반면 구매력은 떨어져 일반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다"며 "한국에서 돈을 가져가거나 부모가 보낸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유동성 장세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국내 경제가 안 좋기 때문에 해외투자를 하려는 이들이 많아져 환율이 오르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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