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 앞에서 부처 그린 고려 '오백나한도'
'휴대용 앙부일구'·'유항선생시집'도 보물로
800여 년 전 부처의 힘을 빌려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마음이 담긴 고려 시대 회화가 보물로 관리된다.
국가유산청은 '고려 오백나한도', '휴대용 앙부일구' 등 문화유산 네 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오백나한도는 13세기 몽고가 고려를 침입했을 때 제작됐다고 추정되는 오백나한도 500폭 중 한 폭이다. 나한(羅漢)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은 수행자를 뜻한다.
신통력을 지닌 나한은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이 복을 누리도록 돕는 존재로 여겨졌다. 당시 국난을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려졌다고 추정된다.
그림은 오백나한 가운데 원상주존자(圓上周尊者)의 모습을 담고 있다. 존자가 바위에 걸터앉아 용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세밀한 필선과 먹의 짙고 옅음을 잘 살려서 표현했다. 화면 상단에 그림 제목이 있어 존명을 명확히 알 수 있다.
하단에 그림 제작과 관련한 기록이 남아 있어 1235년 김희인이라는 사람이 발원하고, 이혁첨이라는 사람이 시주해 만들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고려 불화의 특징인 품격 높은 예술성과 신비로운 종교적 감성을 담은 작품"이라며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휴대용 앙부일구는 과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뜻이다. 1434년 장영실 등이 왕명에 따라 처음 만들었다고 전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표면을 반구형으로 오목하게 팠다. 그 중심에 뾰족한 바늘을 세우고, 그 옆에 나침반을 붙였다.
햇빛을 받으면 영침의 그림자는 이동한다. 사용자는 그림자가 위치한 선을 보고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제작 기법이 섬세하고 우수해 공예사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청은 "밑면에 '융희 2년' 즉, 1908년에 강문수가 제작했다는 내용을 새겨 놓았다"며 "해시계를 제작한 진주강씨 가문이 가장 근대에 제작한 해시계"라고 설명했다.
이름난 문장가의 시집, 조선 시대 불상도 각각 보물이 됐다.
고려 말 문신이자 문장가인 한수(1333∼1384)의 시집 '유항선생시집'은 한수의 생애, 사상, 학문과 인품까지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손꼽힌다.
조선 전기에 중추원사,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 권근(1352∼1409)이 서문을 썼고, 이색(1328∼1396)이 지은 묘지명(墓誌銘) 등이 함께 실려있다. 묘지명은 죽은 사람의 이름, 가족, 행적 등을 새겨 무덤 속에 묻어두는 것을 뜻한다.
국가유산청은 "1400년 처음 간행된 목판본으로, 동일 판본의 초간본은 국내외에 총 3책만 전한다"며 "온전한 구성을 갖추고 있어 내용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16세기 중엽 경에 제작됐다고 추정되는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은 나무로 윤곽까지 만든 뒤, 소량의 흙으로 세부를 완성한 제작 방식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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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수량이 극히 적은 16세기 불상으로, 불교 조각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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