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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세 개의 길'…상용화 가능성 두고 북극서클에서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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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패권의 新항로]④
북극항로 경제성 커지자 북극서클서 본격 논의
북동항로는 상용화 빠르지만 러시아 리스크
서방권 주축으로 북서항로 개척 움직임도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의 경제성이 부각되자 북극의 세 개 항로 개척을 둘러싼 논의가 2025 북극서클 총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매년 10월 아이슬란드에서 개최되는 북극서클 총회는 북극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북극항로를 다루는 세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영해를 지나는 북동항로, 캐나다 북부 연안과 가까운 북서항로 그리고 북극 공해를 가로지르는 북극횡단항로 등 세 경로로 나뉜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해상 운송을 할 경우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기존 40일가량 소요되는 수에즈 운하 경로 대비 10일 이상 운송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 해상 운송에 있어 시간 절약은 곧 비용 절감을 의미한다.

북극항로 '세 개의 길'…상용화 가능성 두고 북극서클에서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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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세 개의 길'

세 노선 가운데 여름철 상시 운영이 가능한 항로는 러시아 인근의 북동항로뿐이다. 최근 중국이 빙상 실크로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서 화물선이 20일 만에 영국 항구에 도착했다고 선전한 것도 북동항로다.

누적된 운항 경험이 가장 많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북동항로의 치명적 단점은 러시아라는 ‘문지기’가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손잡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든 안보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총회에서는 러시아의 간섭을 피해 미국과 캐나다 영해를 지나는 북서항로가 대항마로 주목받았다. 북극서클 총회 개막 이튿날인 지난 17일(현지시간) ‘북서항로 관리 전략'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메이드 트레드웰(Mead Tradewell) 킬락 LNG 최고경영자(CEO)는 "국제공항이 전 세계 무역을 지원하듯, 북극항로는 글로벌 서비스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북부 해역을 따라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북서항로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장 대규모 상업 운항을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제대로 된 체계를 세우지 않으면 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서항로 개척을 위해서는 미국과 캐나다가 과거 세인트로렌스 수로 관리청을 공동으로 설립했던 것처럼 범국가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트레드웰 CEO는 강조했다. 세인트로렌스강 유역은 북아메리카 교역의 주요 통로로, 100개 이상의 해운 도시와 연결돼 연간 1조달러 규모의 미국과 캐나다 무역을 가능케 했다. 트레드웰 CEO는 "북극에서의 선박 운항은 안전하고 보안이 확보되며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정책"이라면서 "미 상원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북극해상로 공동 관리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실행되지는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북서항로는 현재 대부분 빙하로 덮여 있어 실제 뱃길이 상용화되기까지 길게는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학계는 전망한다. 고도화된 쇄빙 기술력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간섭이 심한 북동항로와 달리 지정학적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캐나다 조선기업도 이를 내세워 ‘북서항로 세일즈’에 가세했다. 세션에 참여한 캐나다 기업 데이브(Davie)사의 폴 배럿(Paul Barrett)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데이브는 전체 조선 중 90% 이상을 대형 쇄빙선으로 건조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산업 부활이 아니라 북미 조선 역량을 되살리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서항로 관리는 누가 영유권을 주장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운항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러시아 영해를 지나는 북동항로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데이브 조선그룹은 최근 미국-핀란드와 3자 조약을 맺고 쇄빙선을 만들고 있다.


북극항로 '세 개의 길'…상용화 가능성 두고 북극서클에서 설전 2025 북극서클총회가 열린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하르파 콘서트홀 로비에 참석자들이 모여 있다. 중앙 전광판에는 녹아 떨어진 빙하조각 위에 갇힌 북극곰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손선희 기자

세 개의 노선 가운데 북극점 공해를 지나는 북극횡단항로는 현재로서는 이상적 루트일 뿐, 단단한 빙하로 덮여 있어 가까운 시일 내 상용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른 두 항로에 비해 관련 연구도 초기 단계다. 러시아나 미국, 캐나다 등 그 어떤 국가의 간섭도 피할 수 있는 노선이나, 국제사회는 이 지역에서의 경제활동을 자제하고 '공공재'로 보존하자는 논의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이미 북극해 공해상에서의 불법 조업을 방지하고 과학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비규제 어업 방지 협정(CAOFA)'이 2021년 6월 발효, 한국도 당사국으로서 참여하고 있다.


총회에서도 중앙 북극해를 활용한 북극횡단항로의 상용화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18일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 소속 스콧 스티븐슨(Scott Stephenson) 선임 연구원은 북극횡단항로 관련 세션에 참석해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중앙 북극해는 여전히 대부분 빙하로 덮여 있다"며 "연중 항해나 경제 활동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접근은 어렵다"고 말했다.

북극항로 개척과 함께 커지는 안보 우려

북극항로를 통한 경제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안보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북극권의 핵심 국가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여 '반(反)러 연대'가 형성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초 취임 직후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향한 야욕을 드러내면서 지정학적 긴장감이 급격히 확대됐다. 덴마크는 최근 그린란드 지역의 방위비를 대폭 증액하는 등 방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애비 팅스태드(Abbie Tingstad) 미국 해안경비사관학교 북극연구교수는 "북극은 여전히 군사 안보적 전략 공간이지만 그 활동 양상은 점점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형태로 변화할 것"이라며 "북극의 군사적 논의는 군사력 증강의 관점이 아니라 인프라 보호, 거버넌스 지원, 복합적 위험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크세니아 바흐루셰바(Ksenia Vakhrusheva) 벨로나 환경 투명성 센터 프로젝트 매니저도 "북극항로는 단순한 해상 운송로가 아니라 러시아가 북극에서 자원을 채굴·수출하고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포괄적 복합 시스템"이라며 "북극항로 개발이 성공한다면 러시아는 더 큰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극항로 '세 개의 길'…상용화 가능성 두고 북극서클에서 설전 지난 18일(현지시간) '2025 북극서클총회'가 열린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하르파 콘서트홀 앞에서 환경운동가들이 북극지역 개발에 반대하는 가두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손선희 기자

한편 세계 각국의 북극항로 개척 움직임이 빨라지자 기후환경 전문가들의 반대도 거세지고 있다. 제임스 갬블(James Gamble) 퍼시픽 환경단체 북극 프로그램 선임이사는 "해운 산업은 가장 오염이 심한 화석연료인 중유를 사용하는데, 여기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인 '검은 탄소(Black Carbon)'는 북극항로 사용을 매우 문제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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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검은 탄소의 온난화 효과는 20년 평균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약 1500배나 강력하다"며 "검은 탄소가 눈과 얼음 위에 쌓이면 표면이 어두워져 더 많은 열을 흡수하게 되고 그 결과 해빙 속도가 가속화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극을 통과하는 화물 중 정말로 중요한 화물은 많지 않다"며 "북극 지역 사회의 보급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굳이 이런 민감한 지역을 통과할 필요가 없는 화물들"이라고 반대 의견을 펼쳤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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