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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국감]추석도 잊은 보좌진들…불면증에 위장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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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끝나면 시작하는 2025 국감
운동선수 합숙소 연상시키는 의원실 풍경
'국감 농사'가 미래 결정…언론 이슈화 고심

편집자주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2025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인 데다 한미 관세협정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이 많은 관계로 높은 관심을 예고하고 있다. 국감을 준비하는 여의도 풍경과 올해의 국감 쟁점, 여야가 국감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를 3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국회 의원실에서 8년째 일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A비서관은 국정감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매일 오후 10시까지 야근하고 있다. 올해는 추석 연휴 직후 국감 일정이 시작할 예정이어서 고향 방문 계획은 일찌감치 접었다. 아이템 발굴과 부처 자료 요청, 질의서 작성, 언론 접촉 등 하루가 모자란다. 중간중간 의원실을 찾는 피감기관 관계자와 민원인까지 만나다 보면 어느덧 저녁이다. 그는 "21대 국회 때 있었던 의원실은 새벽 2~3시 야근이 기본이었다"며 "그래도 최근 보좌진 갑질 논란 이후 환경이 좀 나아졌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B비서관은 "국정감사가 있는 10월 한 달은 내 생활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현안 대응과 지역구 업무를 병행하는 빠듯한 일정을 쪼개 국감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묘사한 의원실 모습은 사실상 '운동선수 합숙소'에 가깝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저녁 식사를 인스턴트나 냉동 음식으로 때우며 숙식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그는 "지금은 입맛도 잃었다"면서 "지난해에도 두세 달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는데 국회 안에서 먹고, 씻고, 자는 일이 가능하더라"라고 웃었다.


아시아경제가 만난 여야 보좌진들은 대부분 "10월 말까지는 죽었다고 생각하며 버틴다"고 입을 모았다. 의원실마다 업무 강도와 야근 빈도는 제각각이지만 국감 준비가 시작되는 7~8월부터 마무리되는 10월 말까지는 대부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위장병과 불면증을 달고 사는 보좌진도 많다. 국민의힘 쪽의 한 선임비서관은 "야근해도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더 큰 스트레스"라며 "업무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오르면 새벽에도 벌떡 일어나 휴대폰에 메모를 남긴다"고 말했다.

야근은 기본…밤마다 야식 잔해 수북
[미리보는 국감]추석도 잊은 보좌진들…불면증에 위장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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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안에선 '의원은 선거만 없으면 좋은 직업이고, 보좌진은 국감만 없으면 좋은 직업'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온다. 국감 시즌 때는 저녁이면 층마다 양쪽 화장실에는 야근하는 보좌진이 시켜 먹은 배달 음식 잔해가 수북이 쌓인다. 의원실마다 1~2명인 보좌관은 이 기간에 주로 예산 민원 접수나 정무, 국감 현안을 챙기고, 실무적인 질의서 작성은 대부분 2명의 선임비서관과 그 아래 비서관이 담당한다. 인력이 제한적이니 야근은 기본이다. '워킹맘' 비서관은 주말·연휴에 재택근무를 허용하지만, 눈치 탓에 출근하는 경우도 많다.


의원 말 한마디에 그만두고 나갈 수도 있는 보좌진 입장에선 의원 말이 곧 법이다. 한 민주당 비서관은 "국감 전후로 의원실 보좌진들이 싹 잘리고 물갈이됐다거나, 힘들어서 보좌진이 그만뒀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경우 국감 기간 상위 10개 질의 실적을 토대로 평가해 우수 의원실을 뽑는데 '혹시나 못 들까' 노심초사다. 이 비서관은 "의원님이 올해도 우수 의원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부담된다"며 "언론 보도나 이슈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원실은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말했다.


잘하면 '커리어' 못하면 '퇴사'
[미리보는 국감]추석도 잊은 보좌진들…불면증에 위장병까지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감이 능력 있는 보좌진들에겐 기회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많은 의원실이 젊은 9급 비서관에게도 자유롭게 아이템을 제안할 기회를 준다. 언론 보도나 정책 대안으로 이어지면 향후 이직이나 정치 활동에서 활용할 '포트폴리오'가 된다. 민주당 C선임비서관은 "지난 국감 때 법 개정으로 준비하던 내용을 질의서로 만들어 내보냈는데 해당 부처에서 수용해 시행령 개정으로 바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D선임비서관은 "높은 연차 보좌진에게 국감은 일종의 연례행사에 불과하지만 낮은 연차 보좌진은 자기 아이템이 실제 질의로 반영될 기회"라고 했다. 다만 성과가 부족한 보좌진은 국감 직후 의원실을 떠나기도 한다. 국민의힘 E비서관은 "몇천장의 자료를 며칠 밤을 새워 뒤지고, 운까지 따라줘야 이슈가 될 만한 소재가 나온다"며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사용 명세나 의약품 납품 문제 등 굵직한 보도 뒤에는 보좌진들의 집요한 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낙마한 강선우 민주당 의원 사건 이후 국회 풍경도 변하고 있다. 한 민주당 선임비서관은 "저희 의원실은 연휴 전인 이번 달 말까지 질의서를 마무리하고 연휴 때는 쉴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국민의힘 보좌관은 "의원실 기조가 낮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야근 없이 퇴근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감에 챗 GPT를 활용하는 의원실도 늘었다. 한 보좌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공지능(AI) 기능이 좋지 않아 잘 활용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챗 GPT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권교체 후 첫 국감…물밑 전략 싸움도
[미리보는 국감]추석도 잊은 보좌진들…불면증에 위장병까지

올해는 조기 정권교체 후 첫 국감이다 보니 무기력함과 전운이 동시에 감지된다.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보좌관은 "민주당이 6년째 압도적 다수당으로 있어 야당은 증인채택부터 모든 측면에서 무기력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보좌관도 "정책 이슈를 발굴해도 장외투쟁 기사에 묻히니 힘이 빠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0월 말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있어 국감 주목도가 분산된 점도 변수다.


3년 만에 다시 여대야소 국회가 형성된 만큼 국감 증인채택을 둘러싼 물밑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야당은 여당 동의 없이 국감 증인을 채택하기 힘들다. 정부·여당에 부담이 될 질의와 증인은 국감 전까지 보안에 힘을 쏟는다. 한 보좌관은 "국회법상 7일 이전까지는 민주당 마음대로 증인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질의 내용을 안 터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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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보좌진들 사이에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국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비서관은 "매년 4~5월 업무보고, 6~7월 결산, 10월 국감, 11월 예산에 이어 수시로 현안 질의를 한다"며 "국감 때는 정책 질의보단 자극적 소재가 더 이슈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는 것보단 상시 국감을 더 강화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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