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집행유예·벌금
전문가들 “한국판 SEC 만들어야”
최근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이용 사범 10명 중 9명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아시아경제가 2022년부터 올해 1월까지 선고된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이용 범죄 1심 판결문 18개를 분석한 결과 피고인 48명 중 23명(48%)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어 19명(39.5%)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실형 선고는 단 1명(2%)에 불과했다. 이 통계에는 항소 또는 상고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제외됐다.
특히 피고인이 초범이거나 부당이익이 이미 환수된 경우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향을 보였다. 법원은 기업 내부자인 친형으로부터 수주 계약 정보를 받고 주식을 매수해 1억원의 차익을 거둔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부당이익을 추징해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거액의 손실을 회피한 사례에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B씨는 자회사에서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공시 전에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해 7억3500만원의 손실을 피했다. B씨의 동생이자 해당 자회사 대표인 C씨 역시 같은 방식으로 주식을 매도해 4억7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법원은 B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C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집행력의 부족을 지적한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이상을 벌금으로 부과하더라도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자주 나오는 건 형이 지나치게 약하다고 볼 수 있다"며 "미공개정보로 인한 주가 변동분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부당이익 규모가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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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도 "과거에는 처벌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고, 부당이익 과징금이 도입됐더라도 그 금액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사 과정이 장기화되면서 불공정 거래가 적발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통합 기구를 만들어 조사·수사·기소가 한 조직 안에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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