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동맹을 적으로 만들어
오커스·쿼드에도 의문 제기
동맹 주권 어디로…자멸적인 '동맹 파괴'
안드레아스 클루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블룸버그
"우리는 정중히 제안합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편지가 있다. 미국 외교·정보·국가안보 분야에서 활동했던 300명 이상의 베테랑들이 보낸 것으로, 상·하원 정보위원회 지도부에 전달됐다.
잠깐 나는(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까?) 이 편지가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A Modest Proposal)'처럼 단순한 풍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이 간청이 사실 진지한 것이며, 나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곁에서 외교 정책을 지켜본 사람들이 몇 달 동안 걱정해왔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것임을 깨달았다.
편지는 의회에 요구했다. 기밀 정보 평가를 실시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것을 말이다. ▲ 미국의 동맹들이 여전히 미국을 안정적인 민주 국가로 믿고 있는지 ▲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는지 ▲ 미국 없이 다른 동맹을 모색하며 안보를 생각하고 있는지 ▲ 만약 미국이 러시아와 손잡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우크라이나를 적대할 경우 수 세대 만에 처음으로 미국군과 맞서 싸워야 하는 전쟁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등이다. 여러분도 이 내용을 깊게 생각해 보라.
이에 대한 정보 평가는 큰 위험을 안고 있다. 관련 상임위는 의회 전체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로잡혀 있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분석을 수행할 정보기관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인물을 숙청하려는 노력을 벌이고 있으며, 이는 전문성을 잃는 대가를 치르면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으며, 뉴스가 쏟아질 때마다 더 심해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폴란드에 군용 드론을 보냈고, 나토 전투기가 이를 격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의 방공망과 위기 대응, 결의 등을 시험해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알래스카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의 상호방위 조약에 대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관대할 것이라는 확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로 이스라엘이 카타르를 폭격해 하마스 지도자들을 제거하려 한 사건을 보라. 이스라엘과 카타르는 모두 미국의 '주요 비(非) 나토 동맹국'이다. 카타르에는 미국의 최대 중동 군사기지가 있으며, 얼마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해 화려한 계약과 사치스러운 전용기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동맹의 주권을 지키지 못했다. 그저 "매우 불쾌하다"며 불평만 늘어놓았다.
폴란드 사례가 나토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움을 보여준다면, 카타르 사건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그의 무력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린란드에 대한 행보는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낸다. 덴마크는 미국의 가장 오래되고 끈끈한 동맹국 중 하나다. 그런데 트럼프는 "어떻게 해서든"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고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올해 두 번째로 코펜하겐 주재 미국 고위 외교관을 불러 항의했다. 미국인들이 그린란드에 잠입해 덴마크에 맞서 미국을 지지할 만한 사람 명단을 작성하고 있었다는 비밀 작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우호적인 행동이 아니다.
경멸, 모욕, 무시에 시달린 동맹국 목록은 끝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비무장 국경을 공유하는 캐나다까지 합병하려 한다. 이에 캐나다는 미국을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인식하게 됐다. 또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함께하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러시아 관련 정보를 차단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의 가장 친밀하고 유용한 동맹 체제 중 하나다. 수많은 미국인의 생명을 테러리스트로부터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호주와의 안보 동맹 오커스(AUKUS), 인도·일본·호주와의 군사 협의체인 쿼드(QUAD)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대만과 필리핀에서 에스토니아와 독일에 이르기까지, 어떤 미국 동맹국도 미국이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적인 '동맹 파괴'가 자멸적이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맹을 강화해 또 다른 세계대전 발생을 억제하고, 핵보유국 수를 단 9개국으로 제한해왔다. 앨리슨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은 역사적 흐름에서 "부자연스러운" 수준의 안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동맹국들을 대할 때 찰스 디킨스의 소설 속 탐욕스러운 집주인이나 마피아 두목처럼 행동한다.
명예, 신뢰, 이상과 같은 가치들을 잠시 제쳐두고, 현실 정치와 공산주의 중국과의 다가오는 경쟁만 고려해 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멸 정책'은 상식 밖이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 외교 전략을 맡았던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부장관과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러쉬 도시 국장은 중국이 군함, 공장, 특허 등 전쟁에서 중요한 지표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동맹과 협력한다면, 그 경제·군사력을 합친 힘은 중국을 훨씬 압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이것은 꿈에 불과하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국제정치학의 '위협 균형 이론(balance-of-threats theory)'이 예측한 대로 행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또는 미래의 미국 대통령이 적대적으로 변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을 배제한 새로운 무역·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분열로 악명 높은 유럽연합(EU)조차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나토가 흔들릴 경우를 대비해 방위 조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모두가 미국의 '핵우산'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에 맞춰 자국의 핵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일부 미국인들은 이런 방향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최근 나는 하원 외교위원회 전 위원장이자 현재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를 만났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더가 아니다. 리더라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야 하는데, 그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다. 그는 우리의 동맹을 적처럼 대한다"고 말했다.
나는 믹스에게 그의 업무 중 가장 걱정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사이 내 시선은 그의 책상 뒤 창밖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웅장한 국회의사당이 있었다. 마침내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의 친구와 동맹들이 다시는 미국을 신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이 수사적(rhetorical)으로 느껴졌다. 답은 단순하면서도 슬프다. 그들(동맹국들)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안드레아스 클루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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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America's Friends Will Never Trust the US Again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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