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만 스쳐가는 거리, 남은 점포 30여곳
온라인 주문 시대 '달라진 풍속도'
"한때 직원 두 명을 둘 만큼 장사가 잘됐지만 지금은 손님이 없어 수년째 적자예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염천교 수제화거리에서 '서울제화'를 운영하는 서태식씨(66)는 "20살 때부터 구두를 만들어왔는데 3평 남짓한 가게의 월세는 70만원"이라며 "도매로 1켤레를 팔아야 5000~1만원 남는 수준이다. 예전엔 거래처가 많았지만 이제는 양화점도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곳을 지나치는 행인 대부분은 제화점 앞을 힐끗 쳐다볼 뿐 안으로 들어서는 이는 거의 없었다. 문을 연 가게 안은 적막했고,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던 한 사장이 한숨 섞인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곳곳에는 '임대 문의'가 붙은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전성기였던 1980년대 수백 곳이 성업했던 거리는 이제 30곳 남짓 남아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이 거리는 1925년 일제강점기 피혁 창고 주변에 구두 장인들이 모이면서 형성됐다. 6·25 전쟁을 지나며 미군 군화를 수선해 팔았고, 1970~80년대엔 전국으로 구두를 납품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제품의 대량 수입과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나제화' 사장인 조태호(65)씨는 "예전엔 예식장 갈 때 반드시 구두를 신었지만 이제는 운동화를 신고 가는 세상"이라며 "구두를 사더라도 젊은이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하지 않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접근성도 문제다. 가까운 충정로·서대문역에서 걸어오기엔 거리가 멀고, 서울역에서 내려도 대형 도로를 건너야 한다. 과거엔 차를 잠시 세워 구두를 사가는 손님이 많았지만 2015년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이후 주차가 불가능해지면서 발길이 더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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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화를 전문으로 하는 '조은댄스화' 사장 전은주씨(60)는 "빚을 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루 두세 켤레 팔기도 힘들다"며 코로나19 이후 끊긴 손님 발길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태리제화'를 운영하는 고기황씨(70)는 "우리 같은 장인이 사라지면 기성화를 신을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겠느냐"며 "특수화 수요를 감당할 기술자가 없어지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전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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