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로빈슨 교수와 대담서 비판
"노란봉투법, 청년 취업기회 좁힐 것"
"다수 참여 포용적 제도만이 국가 성장"
디딤돌소득, 서울런 등 약자동행 정책 소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겨냥해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정도로 인센티브 시스템 자체를 망가뜨리는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적 저항으로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1일 오전 시청에서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길'을 주제로 열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 노란봉투법 강하게 비판… "어떤 경우에도 국민이 막아내야"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히고 하청 노동자에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는 것과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노란봉투법을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지만 재계는 경영권 침해와 배임죄 소송 증가 가능성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 시장 역시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불법 파업을 해도 손배 소송을 면제해 주겠다는 것"이라며 "겉으로는 선진 제도처럼 포장하지만, 결국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바늘구멍으로 만드는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가 자유로운 고용 유연성이라도 미국처럼 보장이 된다면 궁합이 맞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해고가 경직적"이라며 "여기에 불법파업까지 횡행하면 기업 경쟁력이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을 청년들이 다 아는데 과연 용인하겠나"고 했다.
오 시장은 "집권 후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정책을 내놓고 선의로 포장하는 것은 실패한 정권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허무는 포퓰리즘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이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과 관련해 로빈슨 교수 역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있으므로 포퓰리즘은 반(反)제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민주주의 제도 개선과 함께 효용성을 높여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포퓰리즘에 대항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가 차원의 각종 규제에 대해 "법과 규제가 공동 번영 구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규제를 통해 어떤 것을 성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제고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4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초청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길' 특별대담에서 영상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약자동행 정책 소개… "포용적 제도만이 국가의 성장과 번영 이끌어"
대담에 앞서 오 시장은 "다수가 참여하는 포용적 제도만이 국가를 성장과 번영으로 이끈다"며 서울시 약자동행 정책에 이같은 철학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정치와 경제 성장의 관계, 국가 번영에 대해 연구하는 로빈슨 교수는 평소 한국을 성공 모델로 언급해 왔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약자와의 동행, 디딤돌소득, 서울런 등 주요 복지 정책을 소개하며 "불평등이 좌절로 끝나지 않고 다시 도전으로 이어지는 사회, 그것이 제가 믿는 번영의 길"이라고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강연당 18분 이내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테드(TED) 형식 강연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은 포용적 경제·정치 제도 덕분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계속 번영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민주주의를 공고히 유지하고 외부적으로는 다른 국가와의 민주적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과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위한 제도'를 중심으로 대담을 나눴다. 오 시장은 "대한민국 번영의 바탕에는 도전이 보장되고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디딤돌소득, 서울런 등 서울시 약자동행 정책에 자신의 그러한 정책적 철학이 깔려있다"고 강조했다.
계층이동 사다리를 표방하는 디딤돌소득은 저소득 가구의 가계소득을 일부 지원하는 정책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주는 하후상박형 복지 제도다. 올해 4년 차를 맞는 디딤돌소득은 지속가능성을 갖춘 미래형 사회보장제도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양질의 온라인 강의와 멘토링을 무료로 지원하는 서울런 역시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는 구조적인 해법으로 주목받았다.
로빈슨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 언급된 한국의 성공 요인에 대한 분석과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 대한민국과 청년세대 미래 비전 등에 대한 질문에 상세히 답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참여자들은 로빈슨 교수에게 '인구 감소에 따른 미래사회 대응 방안'과 'AI시대 국가 발전 전략'을, 오 시장에게는 '선별 또는 보편복지, 국가 성장에 필요한 복지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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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오랫동안 도시와 국가 번영의 길을 좇아오는 과정에서 로빈슨 교수님의 저서로부터 얻은 깊은 통찰은 서울시 약자 동행 정책의 밑거름이 됐다"며 "오늘 대담이 저를 비롯한 모든 참석자에게 새로운 통찰과 감동을 주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생각하며 지속가능한 국가 번영의 이정표가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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