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 의무화
식품위생법 절충안 복지위 소위 통과
시행령·고시 과정서 변수 남아
국내 곡물 자급률 대두 7.5%·옥수수 0.7%
GMO-Non GMO 원료 가격차 최대 70%
국회가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를 두고 '선별적 표시제'라는 절충안을 택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통과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은 GMO 원재료를 사용했더라도 가공 과정에서 유전자변형 DNA와 단백질이 사라진 식품은 표시 의무를 면제하되, 식약처장이 지정하는 품목에만 표시를 붙이도록 했다. 소비자단체가 요구한 완전표시제 대신, 업계와 정부 부처의 반발을 고려한 '중간 해법'을 택한 것이다.
이번 안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토대로 식약처 의견을 반영해 마련됐다. 기존 개정안들은 모두 복지위원회 대안에 흡수돼 '대안반영 폐기' 처리됐다.
▲"오늘 여러분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올라왔나요?".[사진=아시아경제DB]
20년 이어진 줄다리기
현행 제도는 대두·옥수수·면화·카놀라·알팔파·사탕무 등 6개 품목을 GMO 원재료로 쓴 식품 가운데 가공 후에도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을 때만 표시를 의무화한다. 남아 있지 않으면 표시할 필요가 없다.
개정안은 이 틀을 유지하고, 식약처장이 정한 특정 품목은 DNA 잔존 여부와 관계없이 'GMO 사용'을 표시하도록 했다. '유전자변형'의 정의도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해 농·축·수산물 등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것'으로 법에 명확히 넣었다.
GMO 표시제 논의는 1990년대 말 미국산 대두·옥수수 대량 수입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정부는 1998년 처음 제도를 도입했고, 2001년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확대했지만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2017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GMO 완전표시제' 요구가 20만명 동의를 얻으며 사회적 쟁점이 됐지만,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식품업계 "불확실성 여전"
식품업계는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시행령과 고시 과정에서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완전표시제가 전면 시행됐다면 원료 수입 단계부터 공급망이 흔들렸을 것"이라며 "향후 시행령과 세부 고시에서 표시 대상이 어디까지 확대될지가 최대 변수"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시행령과 고시를 통해 표시 대상 품목을 확정할 계획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원료 수급이다. 전분당·식용유 산업은 사실상 수입산 GMO 대두에 의존하고 있다. 수급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수입 대두의 약 69%가 GMO였다. GMO 면화·알팔파·사탕무는 국내 수입이 없다. 국내 곡물 자급률은 대두 7.5%에 불과하다. 비유전자변형식품(Non-GMO) 원재료를 확보하려면 우크라이나 등 일부 공급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국제 곡물가 변동성에 따른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격 부담도 크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GMO와 Non-GMO 원료 간 가격 격차는 20~70% 수준이다. 간장, 전분당, 식용유처럼 대량으로 쓰이는 기초 가공식품은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학적 위해성과 무관하게 '유전자변형 원료 사용' 문구를 표시하면 소비자는 위해성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결국 사회적 불안만 키우고, 원가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식용유·전분당 등은 제조·정제 과정에서 DNA와 단백질이 완전히 사라져 과학적으로 GMO 여부를 검증하기 어렵다. 이 경우 'GMO 사용' 문구를 붙이면, 업계는 수입 서류에만 의존해야 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제 무역에서 이중 잣대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자단체는 이번 절충안에 대해 "여전히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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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은 대두·옥수수 등 9개 농산물과 33개 가공식품에 표시제를 적용하되, 원재료 상위 3순위 이내이면서 함량 5% 이상일 때만 의무 표시한다. 미국도 DNA·단백질이 남아 있는 경우에만 표시하도록 규정하며, 혼입 기준은 5% 이하다. EU는 DNA 잔존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식품에 GMO 표시를 의무화하며, 혼입 기준은 0.9% 이하다. 호주도 대두·옥수수·카놀라 등 20종에 대해 표시제를 적용하고, 혼입 기준은 3%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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