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방미에도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가서 투자 보따리를 풀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계의 걱정은 엄살이라며…전혀 들어주지 않네요."
최근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반대' 결의대회에 참가한 재계 관계자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마주한 심경을 토로했다. 200여명의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이날 현장에서는 "오죽했으면 푹푹 찌는 이 날씨에 여기까지 나왔겠냐"는 자조 섞인 한탄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이 섭섭함을 느끼는 부분은 정부·여당이 기업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는 한발 물러서 개정안 세부 내용을 수정하고 시행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여당은 전혀 응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상 법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후 시행되는 만큼 6개월을 연장해 노사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인데, 정부·여당은 이를 외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현 정부의 경제 현안을 수수방관한 것도 아니다.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통상 문제가 불거지자 투자 보따리를 챙겨 대미 관세율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협상 막판에 핵심 전략으로 작용했던 대규모 조선 협력 프로젝트 역시 기업의 지원과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꺼내기 어려운 카드였다. '관세율 인하는 결국 기업들이 누리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민심을 얻었다는 점에서 정부도 결국 기업의 덕을 본 셈이다.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상시적인 파업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사용자의 범위가 지금보다 넓어지면 제조업의 끝단에 있는 수천개의 협력업체가 직접 본사에 교섭을 요청할 수 있고 '사업 경영상 결정'이 그대로 노동 쟁의 대상에 포함되면 투자 건마다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파업 가능성이 커 경영이 불투명한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베팅할 해외 투자자는 없다.
오히려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해외 이전을 결정한다면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국내 일자리 창출, 수출 확대,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정부가 기업에 '애국심'을 호소하기엔, 지금 한국 기업들의 셈법은 너무나도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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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은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여당이 정권 초반 법 통과를 밀어붙이는 건 국정 동력이 탄력을 받았을 때 서둘러 처리하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는 것도 안다. 재계는 법 조항 일부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1년간 사회적 대화를 위해 잠시 미뤄주는 건 어떨까.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다음 위기가 찾아온다면 그 누구도 손 내밀어주지 않을 것이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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