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석 달 앞둔 지난해 1월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으로 한국거래소 증시 개장식을 찾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선언했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발표였다. 이날은 기획재정부의 2024년 경제정책방향 사전 브리핑이 있던 날이었는데, 공개된 세제개편안에 금투세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이 같은 굵직한 경제정책이 소관부처를 패싱해 대통령의 입을 통해 나오면서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역대 정권에서 단계적으로 내려오던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거꾸로 올리고, 증권거래세 인하·공매도 금지 등 개미 투자자들이 환호할 만한 다양한 증시책들을 쏟아낸 것도 이때다.
이 같은 윤 정부의 증시 감세안을 되돌리는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이 개미들의 강력한 조세 저항에 직면했다.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50억원에서 10억원 보유로 낮추고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낮춰왔던 증권거래세율을 환원하는 내용이다. 조세부담률이 8년 전 수준으로 후퇴한 상황에서 재정난을 돌파하고 확장재정을 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부안이든 고위당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원안 유지든 과거 세제로의 복귀가 능사는 아니다.
주식 양도세는 원래도 세금이 잘 안 걷히는 세목이었다. 과세 대상인 대주주가 전체 주식투자자의 0.04%밖에 안 되는 데다, 연말 과세 기준일 직전에 세금 회피를 위해 일시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우기 때문이다. 대주주 과세 기준이 '총보유액'이 아닌 '종목당' 50억원 이상으로 정해져 있어 10개 종목을 49억9000만원씩, 총 500억원 가까이 보유해도 세금 한 푼 안 낸다. 반면 50억원어치 주식 1종목을 들고 있으면 매매차익의 최대 3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세제라고 보고 힘들다.
개미들에게도 적용되는 거래세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우리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지수 하락률보다 큰 손실(-17%)을 봤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래세로 4조8000억원을 거둬갔다. 대주주는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양도세)과 매도 금액에 대한 거래세를 동시에 내야 하는 이중과세인 데다, 소득은커녕 손실을 보고도 세금까지 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다.
이런 난맥상을 일거에 해결할 세제로 금투세 도입이 추진됐지만 윤 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폐지를 선언했고 법안을 만들었던 더불어민주당조차 당론을 뒤집고 동조하면서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기본 원칙이 정권과 정치논리에 따라 예외를 두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예외가 정상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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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재명 정부가 변동성이 큰 주가지수를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으면서 논란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을 면키 힘들다. 코스피 5000은 경제성장에 따른 결과일 뿐 그 자체가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1400만명 개미들의 거센 조세 저항에 직면한 것도 '코스피 5000, 전 국민 주식투자 시대'를 공언한 대통령이 (내가 들고 있는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지 않게 뭐라도 해주겠지 하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코스피 5000이 국정운영에 족쇄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불합리한 과거 세제로의 복귀나 개미 표심을 의식한 적당한 타협 모두 '과세의 정상화'를 외치는 정부가 취할 길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소득 기반 보편 과세로 가는 제대로 된 세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조유진 세종중부취재본부 차장 tint@asiae.co.kr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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