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노조, 총파업 선언 뒤 유보 결정
'실효성 없다' 판단…"사업주 태도 안변해"
통상임금 및 임금체계 개편 협의 난항 예상
지방 사업장 일부 파업, 서울에 영향 줄수도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던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을 유보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의 핵심 쟁점인 통상임금 반영 여부는 물론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전혀 찾지 못했다. 파업에 돌입한 지방 사업장도 있어 영향받을 가능성까지 있다.
28일 시내버스 노사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전 0시10분께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총파업을 선언한 뒤 두 시간여 만에 파업 유보를 결정했다. 노조 사무실에서 지부장 총회를 열고 총파업 여부를 투표한 결과 재적인원 63명 가운데 49명이 '파업 유보'에 찬성했다. 파업 찬성은 11명에 그쳤다.

노조의 입장 번복에는 파업에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파업을 하더라도 '임금 체계 개편을 하지 않으면 어떠한 임금 인상의 논의 또는 단체협약 개정 논의는 없다'는 서울시나 사업주 측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계산도 있다. 기본급은 낮추고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으로 총액을 맞추는 기존 방식에 반발해 2015년 서울 동아운수 노동자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패소했지만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여론전에도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셈이다.
쟁점은 통상임금이다. 노조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임금을 최대 8.2%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정기상여금은 근로기준법과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이고 사업주와 서울시가 이미 인정했다는 논리다. 반면 사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노조의 인상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임금 자체가 인상돼 통상임금 수준을 낮추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준공영제를 운용하는 서울시 역시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노조가 20%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서울시나 사업주분들이 과장해서 사실을 왜곡해서 홍보하고 있는데 저희는 한 번도 23% 임금 인상을 주장한 적이 없다"며 "(통상임금에 따른 인상률이라는) 15%라는 것도 저희가 소송에서 청구하고 있는 금액보다 훨씬 부풀려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 결과와 노동부 유권 해석 등을 거친 뒤 임금 교섭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노조가 파업 유보 결정 뒤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중앙정부가 구성되고 노동부 장관이 임명되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으로써 인정되는 체불임금의 지급이 신속히 확보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점을 감안하면 장기전도 예상된다.
서울 사업장과 달리 이날 첫차부터 파업에 나선 지방 사업장도 변수로 꼽힌다. 서울 사업장 노조가 재파업을 결정하거나 지방에서 발생한 시민 피해들로 인해 서울시나 사업주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부산 시내버스 노조원들은 이날 새벽 4시20분 첫차부터 시내버스 운행을 거부했다. 부산 전체 147개 노선에서 2300여대의 시내버스가 운행을 멈췄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경남 창원의 시내버스 노조 역시 5시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창원 전체 시내버스의 95%에 달하는 660여대가 운행에 나서지 않았다. 광주 시내버스 노조는 27일부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는데 투표율 80%, 찬성률 89%로 파업이 가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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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혹시 있을지 모를 노조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비해 시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역시 "버스조합은 노조와 조속히 임단협 교섭을 재개할 계획"이라며 "버스조합은 향후 노동조합과의 교섭에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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