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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美 AI시설 중동 이전, 中에 승기 넘겨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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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칼럼]美 AI시설 중동 이전, 中에 승기 넘겨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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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글로벌 인공지능(AI) 선두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에게 그 해답 중 하나는 그의 임기 말 제정한 'AI 확산 규칙(AI diffusion rule)'이었다. 이는 국가 대부분에 최첨단 AI 반도체 칩 판매를 제한하면서도 예외 규정을 협상할 여지를 남겨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막아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확산 규칙이 발효되기 직전 이를 전면 폐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 엔비디아와 AMD 같은 기업들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도록 여러 건의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들 국가는 AI 중심지로 부상한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지만 AI 확산 규칙 때문에 첨단 AI 반도체 수입에 제한받았다. 한마디로 '트럼프답게' 규칙은 사라지고 거래가 중심이 된 셈이다.


이는 현명한 선택일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측근끼리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백악관 AI 총괄인 데이비드 삭스는 걸프 국가들이 서방에서 충분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을 추격하는 중국 업체들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강경 성향(매파적)의 인사들은 이 칩들이 걸프 국가들과 여전히 강한 유대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 확산 규칙이 미국의 중요한 협상 수단인 만큼 폐지 결정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


매파적 인사들이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인 삭스에 밀리는 듯한 상황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트럼프는 지정학보다 사업을 우선시하는 인물이고 IT 재벌들은 트럼프 캠페인에 막대한 자금을 후원한 바 있다.


삭스의 주장에도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간 성능 차이는 줄고 있으며 반도체 확산을 단속하는 일은 어렵다. 중국 딥시크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없이도 강력한 AI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지정학적으로 줄타기를 하는 국가들을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도록 묶어두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의 중동 방문에서 이미 발표됐거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거래들에는 반도체 칩뿐만 아니라 오픈AI, 시스코, 아마존 등 미국 기업이 걸프 지역에 건설할 데이터센터까지 포함한다.


에너지 문제도 있다. 에너지 리서치 회사 엠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중국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발전 용량을 설치했다. 이미 미국은 자국 내 데이터 센터들의 전력 수요 해소에 애를 먹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신규 전력에서 데이터 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다. 이를 태양광과 화석연료가 풍부한 걸프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미국 기업의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지만 데이터 센터는 냉각 목적의 담수를 대량으로 필요로 한다. 블룸버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신규 데이터 센터 대부분은 이미 물이 부족한 지역에 지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해수 담수화 기술을 가진 걸프 국가들은 비슷한 문제를 더 나은 조건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모두 그럴듯한 말이지만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앨러스터 필립스-로빈스와 샘 윈터-레비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거래별 접근 방식으로 반도체 판매 정책을 전환할 경우 "수십건의 협상과 수천건의 라이선스 결정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관료 역량이 부족해 발이 묶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무 부담이 과해지면 미국의 기술이 중국과 러시아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보안 조항이 거래에서 빠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종류의 '유출(leakage)'은 하드웨어 외에도 지식과 인재까지 포함한다. 특히 UAE에는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해 여러 국가 출신의 엔지니어가 포진해 있다. 지금 체결되는 계약들에는 미국 기술을 도입하는 현지 기업의 인력 채용 제한이나 지식재산권 통제, 정기적인 보안 점검 의무, 중국산 하드웨어 사용 제한 같은 조항들이 포함돼 있을까.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UAE의 테크기업 G42가 오랜 협상 끝에 체결한 협약에서는 이런 조건들이 실제로 적용된 바 있다. 그러나 지금도 이런 계약들이 동일한 기준을 따르는지는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 모든 거래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미국 기술에 종속시키게 될지는 불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가 중국과 유사한 거래를 체결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 경우 걸프 국가들 스스로 전 세계를 위한 AI 강국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만들어진 계약들은 이런 상황들을 다 배제할 수 있을까. 한 번 더, 우리는 알 수 없다.


반도체 문호는 미국 AI 산업이 불안정한 가운데 개방됐다. 트럼프가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를 약속했으나 초대형화의 이점은 불명확해질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딥시크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외국 인재들을 쫓아내고 있다. 과거에 미국에 오려던 AI 연구자들과 학생들은 이제 걸프 지역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도 미국 기업, 미국 기술과 함께 일할 수 있으며 이후 다른 곳으로 자유롭게 옮겨갈 수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UAE는 미국 내 데이터 센터에도 상호 투자하기로 합의했으나 에너지와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가 미국을 AI 초강국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미국을 AI 개발을 지속하기 쉬운 환경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빠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작금의 미국 발전 용량 증대는 전적으로 재생에너지 덕분이다. 또한 데이터 센터 건설자들이 더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냉각 신기술을 채택하도록 요구하고, AI 연구에 더 많은 정부 자금을 투입하며 숙련된 이민자들이 환영받는 환경을 조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믿지 않고, 이민자들을 좋아하지 않으며, 과학이나 환경에 관심이 없다. 그나마 에너지 인허가 제도에서는 일부 개혁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는 AI 산업 인프라의 해외이전(오프쇼어링)을 손쉬운 해결책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업체들은 칩 판매를 늘린다는 점에서 축하할 것이고, 트럼프는 중동 국가의 통치자들이 자신에게 더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즐길 것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동맹은 변덕스럽다. 이 거래들이 초래할 수 있는 먼 미래의 대가는 미국이 보유한 AI 우위가 흔들리는 것이다.


기드온 리치필드 전 MIT 테크놀로지 리뷰 편집장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Offshoring AI to the Middle East Could Hand China a 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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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블룸버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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