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대표가 극찬한 韓 원전기술
차세대 SMR 시장도 러브콜
기후대응·탄소중립 위한 자산
"여러분들이 갖고 있지만 잘 모르는 슈퍼 파워를 세계에 알리고자 한다." 세계적인 지식공유 플랫폼 TED의 크리슨 앤더슨 대표가 지난달 29일 열린 '2025 한국원자력연차대회' 기조연설에서 이 말을 꺼냈을 때 귀를 의심했다. 그냥 인사치레려니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원자력이 전 세계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앤더슨은 미국의 용융염 원자로(MSR) 스타트업인 토르콘에 투자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토르콘의 가능성을 설파하고 다닌다. 토르콘은 일종의 부유식 원자력발전소로 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한국의 앞선 조선 기술은 토르콘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한국 조선사들은 해상 원자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2월 영국의 해상 원자력 개발업체인 코어파워, 미국의 테라파워, 미국의 에너지기업 서던파워와 함께 용융염 원자로 기술 교류회를 열고 해상 원자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4세대 원자로 중의 하나인 용융염 원자로는 용융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다. 안전성이 우수하고 소형화에 유리해 원자력 추진 선박이나 해상 원자력 발전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2050년까지 원전을 3배 확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구글, 아마존, 메타도 지난 3월 S&P글로벌이 주최한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최소 3배로 늘리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는 서약에 서명했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원자력이 필요한지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원전을 확대할 것이냐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원자력 에너지를 3배 확대하기 위해서는 매년 40기가와트(GW) 용량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이는 해마다 대형원전 20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70기 이상을 지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현재 전 세계는 연간 10GW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원전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기간에 정해진 예산 범위 안에서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이 같은 원전 건설 능력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전 세계 원전 전문가들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마쓰이 히데키 일본원자력산업협회(JAIF) 이사장은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원전을 건설한 것은 16년 전이었던 2009년이었다"며 "일본의 원전 건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과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 차세대 SMR 건설 분야에서도 전 세계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진행하는 i-SMR 이외에 미국의 뉴스케일, 테라파워, X에너지 등 4개 사업에서 주기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과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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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만난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이 몇 년만 더 계속됐어도 큰일 날 뻔했다"는 말을 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K원전의 명맥이 끊길 뻔했다는 얘기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확정지음으로써 원전 건설 경험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K원전은 전 세계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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