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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 트럼프 시대, 美 오스카는 왜 이민자에 주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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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성노동자, 성소수자 주요 부문 수상
영화인들, 미국 반이민 정책 등 우회적 비판

다시 온 트럼프 시대, 美 오스카는 왜 이민자에 주목했나 배우 조이 살다나가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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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1961년에 미국에 왔고, 나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자랑스러운 자녀입니다. 제가 도미니카 출신 첫 오스카 수상자지만, 마지막은 아닐 겁니다."


배우 조이 살다나는 제97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염두에 둔 듯 의미심장한 소감에 객석은 큰 환호를 보냈다.


시상식은 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올해는 그간 '트럼프'라는 이름을 언급하며 직접적인 비판이 오갔던 분위기와 달리, 영화인들이 차별과 억압, 전쟁과 승리 독식 시대에 대해 우회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오스카는 이민자, 성노동자, 성소수자 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 주요 상을 수여하며, 트럼프 정부 2기의 반이민 정책과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 폐기 기조에 반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을 낳았다.


이날 영화 아노라가 최고 영광을 차지했다. 가난한 이민자의 후손인 애니(마이키 매디슨)가 성노동자로 일하다 러시아 재벌 2세와 결혼을 약속하며 겪는 일을 그린 블랙 코미디로, 작품상을 포함한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주연상(마이키 매디슨) 등 주요 부문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5관왕에 올랐다. 숀 베이커 감독은 제작비 600만 달러(약 87억원)로 영화를 제작했으며, 지난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에 이어 오스카상을 석권했다. 성노동자를 다룬 독립 영화에 대한 인정이 의미 있는 수상으로 평가됐다.

다시 온 트럼프 시대, 美 오스카는 왜 이민자에 주목했나 오스카 상을 받고 기뻐하는 숀 베이커 감독. AFP·연합뉴스

남우주연상은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차지했다. 극 중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헝가리 출신 유대인 이민자의 삶을 연기했다. 수상 직후 "전쟁 여파와 후유증, 억압,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타자화가 사라진 건강한 세상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브로디는 유대인 연기로 오스카상을 두 번 수상한 기록을 세웠다. 2002년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홀로코스트로부터 살아남은 피아니스트를 연기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가장 큰 이변은 팔레스타인의 가혹한 현실을 고발한 노 아더 랜드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내 자국민 정착촌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마을 파괴와 주민 추방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팔레스타인 활동가인 바셀 아드라가 감독을 맡았다.


편집상 시상자로 나선 배우 대릴 해나는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고 인사를 전하며,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설전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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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 트럼프 시대, 美 오스카는 왜 이민자에 주목했나 배우 아담 샌들러가 돌비 극장에 자리했다. EPA·연합뉴스

퍼포먼스도 있었다. 미국 배우 애덤 샌들러는 시상식에 헐렁한 농구 팬츠와 하늘색 후드티를 입고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입은 영화인들과 다른 모습에 시선이 집중됐다. 진행자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은 "지금 대체 뭘 입고 있냐"고 물었고, 샌들러는 "당신이 지적하기 전까지, 아무도 내가 뭘 입고 있는지 신경 안 썼다"고 받아쳤다. 이어 "내가 무엇을 입든 무슨 상관이냐. 내 멋진 운동복 반바지와 푹신한 티셔츠가 불쾌해서 동료들 앞에서 놀려야만 했냐"고 외쳤다. 객석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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