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정산하지 못하는 업체↑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 상태
서울에서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는 김모씨(54)는 식당 등 거래처로부터 수개월째 대금을 정산받지 못해 밤잠을 설친다. 매번 대금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장사가 안 돼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만 되풀이다. 김씨는 “이대로가다간 본인도 폐업하게 될까 불안해 결국 신용정보회사에 추심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소상공인 상거래 채권 추심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폐업이 줄을 잇는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A 신용정보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상거래 채권 추심 의뢰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20~30% 늘었다.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상대로 물품 및 공사대금 등을 받지 못했다며 추심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상거래 채권은 물품 거래 등 상거래상 발생한 채권을 뜻한다. 박상훈 세일신용정보회사 센터장은 "채권 추심 문의가 코로나19 유행 수준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영 악화로 폐업 직전에 임박한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상대로 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순이익이 줄어든 자영업자는 각각 72.0%, 72.6%로 조사됐다. 개인마트를 운영하는 장모씨(41)는 "객단가가 줄어드는데 고물가로 매입가는 오르다보니 미수금을 맞추지 못해 거래처 결제일을 일주일 넘게 지키지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상거래 채권 추심은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 추심업계 관계자는 "대금을 수년간 갚지 않고 일부만이라도 성실하게 상환할 경우 채권 추심을 의뢰하지 않는다"며 "추심 의뢰를 했다는 건 소상공인이 돈을 갚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추심원 정모씨(38)는 "최근 채무자가 운영하던 식당을 찾았지만 파리만 날리던 상태였고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던 고령의 채무자 부부를 만났다. 채무자가 지병까지 앓고 있어 더 이상 갚을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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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대출 등 자금 지원으로 소상공인이 큰 고비를 넘길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만, 채권 추심이 들어왔다는 것은 만성적으로 적자가 누적돼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며 "내수 부진의 그림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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