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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위기 단기간에 끝나…한국 정치 시스템 탄탄하고 역동적"[개헌, 미래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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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에레라 교수는 "개정 이후에도 대통령 권한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개헌은 대통령 권력을 더욱 확립시키려는 의도가 실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레라 교수는 "프랑스 대통령은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있음에도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대통령제와 중요한 차이점이며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탄핵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과 나를 포함한 헌법 전문가는 오랫동안 행정부 구조의 변화를 주장해 왔다"면서 "특히 나는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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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카를로스-미구엘 에레라 프랑스 CY 세르지 파리대 법학 교수
프랑스, 의원내각제 유지하지만 대통령제 중심
"의원내각제 요소 강화해야"

편집자주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근간이자 국민 삶의 기준이다. 마지막 개헌을 상징하는 '1987년 체제'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40년 가까운 세월의 변화를 고려해 대한민국 오늘과 내일을 새롭게 설계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회의원, 정치학자에게 개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로 인식된다. 비상계엄이 촉발한 '사회의 격랑'은 역설적으로 개헌의 동력을 살려냈다.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개헌이 관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개헌을 경험한 유럽 국가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의 정치·경제 석학, 한국헌법학회장과 한국은행 전 총재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정치·경제·법률 전문가 진단을 토대로 대전환의 시대를 분석하고, 우리 사회에 맞는 개헌의 밑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계엄령이 지속됐다면 한국 경제에 분명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위기가 단기간에 끝난 것은 한국 정치 시스템이 탄탄하고 역동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카를로스-미구엘 에레라 프랑스 CY 세르지 파리대 법학 교수는 4일 아시아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비상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며 경제는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밝혔다.


1966년생인 에레라 교수는 프랑스 출신 저명한 법철학자이자 공법학자다. 파리 낭테르대학교에서 '한스 켈젠 사상의 법 이론과 정치 이론'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스 켈젠의 법철학, 사회주의와 법, 라틴아메리카와 헌법주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2001년부터 프랑스 대학 연구소 명예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에서 법철학 및 정치철학 센터 소장도 맡고 있다.


"계엄 위기 단기간에 끝나…한국 정치 시스템 탄탄하고 역동적"[개헌, 미래를 잇다] 카를로스-미구엘 에레라 프랑스 CY 세르지 파리대 법학 교수.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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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을 체감했느냐고 묻자 그는 "거리에서, 혹은 동료들과의 교류에서 직접적으로 느꼈는지 아니면 외신을 통해 한국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공적 사안에 대한 관리 방식이 '결정주의적(decisionistic)'인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말해 (대통령은) 정치권이 아닌 다른 위치에서 온 사람처럼 보였고, 더욱 고립된 방식으로 합의를 형성하지 않고 혼자서 결정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진단했다.


'제왕적 대통령'은 프랑스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이원정부제로 대통령제를 택한 한국과는 다르지만 1958년 개헌으로 대통령 권한이 강화되면서 대통령이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됐다. 특히, 마크롱 2기 들어서는 대통령 집중도와 영향력이 더욱 짙어졌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의회(하원)해산권을 발동해 조기 총선을 치렀으며, 다수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는 전통을 깨고 강경 우파 정치인을 임명해 논란을 자초했다. 12월에는 하원 표결 없이 사회보장 재정 법안을 처리하면서 하원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에레라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에서 총리를 단순한 협력자로 격하시키면서 대통령 중심 체제를 더욱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국민 직선제로 선출된 이후 대통령이 의회 다수당 지도자이자 정부 수반 역할을 수행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면서 "과거 세 차례 동거정부 시기에는 헌법적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됐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제5공화국, 1958년 전까지만 해도 의원내각제 국가였다. 1851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초대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키며 의회를 강제로 해산하고 본인 스스로가 황제로 즉위하는 등 폭정을 일삼자 대통령 선거를 간선제로 바꾸고 대통령 권한을 크게 약화했다.


전통이 깨진 것은 대내외적인 정치적 상황 때문이었다. 1946년부터 1958년까지 12년 동안 이어진 제4공화국 시절은 새로운 내각이 구성되고 해체되는 일이 20회 이상 반복됐다. 내각의 평균 수명은 6개월에 불과했고, 정국 안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대두됐다. 또한 당시 식민지였던 알제리 독립 여파로 프랑스가 양분되면서 군사 쿠데타 위협까지 닥쳤다.


"계엄 위기 단기간에 끝나…한국 정치 시스템 탄탄하고 역동적"[개헌, 미래를 잇다] 카를로스-미구엘 에레라 프랑스 CY 세르지 파리대 법학 교수. 본인 제공

샤를 드골 당시 수상은 1958년 80%에 달하는 국민 동의를 얻어 대통령의 실질적인 위상을 크게 높이는 개헌을 단행했다. 그 결과 대통령은 의원내각 체제하에서 국가통합을 위한 단순한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초월적 위치에서 최고 권력기관이자 실질적인 국가수반으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도 1962년 직선제로 다시 바뀌었다.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총리에게 국정 관리자로서 행정부 역할을 일정 부분 책임지게 하면서 권력 이원화를 통해 균형을 유지하려 했지만 권력은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에레라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헌법 규칙상 프랑스는 여전히 의원내각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부 운영 방식은 대통령제적인 특징을 보여 과거 일부 전문가들이 '반대통령제(semi-presidential system)'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2000년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2008년에는 연임도 2회만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대통령 임기를 단축한 것은 프랑스 하원의 임기와 같아지도록 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의회까지 차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에레라 교수는 "민주주의를 현대화하고 선거 주기를 짧게 조정해 현대 사회에 더 적합하게 만들려는 시도로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레라 교수는 "개정 이후에도 대통령 권한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다"면서 "당시 개헌은 대통령 권력을 더욱 확립시키려는 의도가 실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레라 교수는 "프랑스 대통령은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있음에도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한국의 대통령제와 중요한 차이점이며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탄핵이 자주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과 나를 포함한 헌법 전문가는 오랫동안 행정부 구조의 변화를 주장해 왔다"면서 "특히 나는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에레라 교수는 프랑스가 다수대표제에서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변경하고 의원내각제 요소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의원내각제가 사회의 정치적 선택을 가장 잘 반영하는 체제"라며 "의석 배분에서 파편화가 발생할 수 있지만, 독일과 벨기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연정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프랑스 국민들도 대통령 선거에 대한 애착이 큰 편이다. 에레라 교수는 "정치권 내에서는 대통령제 유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체제를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개혁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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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에레라 교수는 "강한 지도자에 대한 기대는 매우 오래되고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신적인 권력 개념에서부터 오늘날 우리가 불안정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의 세계화로 인해 기업에서 성공한 사람이 정치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졌다"며 "그러나 이는 민주주의 또는 최소한 정치적 합리성을 간과한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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