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대선주자 급부상에 스포트라이트
대선 출마 가능성에 "생각 없다" 일축
"희소성·진정성 부각해 지지율 유지" 해석도
대선 레이스에서 한 발 벗어나 있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의 1위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그의 정치적인 선택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출마를 검토한 적 없다"는 김 장관 발언이 나왔지만 정치권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지지율이 유지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심스러운 언행으로 여론 탐색전에 나섰다는 시선도 있다. 강성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는 희소성을 부각해 지지세를 더 모으려는 포석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김 장관은 4일 조기 대선 출마 의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검토하거나 생각한 게 없다"고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상승한 배경을 두고는 "특별히 한 일이 없고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대통령이 구속 안 되는 것이 좋겠다’ ‘대통령이 석방되면 좋겠다’ ‘탄핵이 없으면 좋겠다’ 외에 한 이야기도 없다"고 몸을 낮췄다. 시종일관 조심스럽게 답하면서도 10분 넘게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김 장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건 지지율 때문이다. 김 장관은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선 후보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결집한 강성 보수 세력의 시선이 김 장관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지지율 강세가 ‘반짝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돌다리 두드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지층에게 대권 욕심 없이 보수의 가치를 지켜왔다는 진정성을 어필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윤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주자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출마 가능성을 일축해 지지층의 갈증을 증폭시킨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출마를 안 한다고 해야 (강성 보수에 대한) 목마름에 김 장관을 더 지지하게 할 수 있다"며 "지금 나오는 발언은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김 장관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 운동가에서 우파 정치인으로 탈바꿈한 그는 경기도지사 등을 거치면서 대선 주자로 주목받았다. 경기도에서 대구로 정치 무대를 옮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정치 일선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행보를 이어왔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의원 출마든 대통령 출마든 가장 좋은 상황은 떠밀리듯 나오는 것 아니겠냐"고 여운을 남겼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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