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향 세미나 개최
적용대상 및 범위 확대 등 연내 방안 마련키로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 마련된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질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참여기관들의 이행 활동을 사후 평가해 보상 또는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식 외 적용 대상 자산군 확대, 비재무정보의 구체화 등 개정도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오전 은행회관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영국, 일본, 독일, 싱가포르 등 주요국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개정해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수탁자 책임범위와 대상자산의 확대, 지속가능성 요소 반영 등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ESG기준원이 개최하고 금융위가 후원한 이날 세미나는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하반기 공청회, 설명회 등을 거쳐 연내 스튜어드십 코드 발전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인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2016년 12월)'이 제정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가입한 기관투자가는 4대 연기금과 133개 운용사를 포함해 총 239곳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참여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결권 행사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허울뿐인 제도'가 됐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김 부위원장 역시 "2016년 제정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변화한 자본시장 현실에 적합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첫 발제를 맡은 곽준희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을 중심으로 해외사례를 주목했다. 곽 교수는 "영국은 2019년 10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전면 개정해 지속가능성 요소를 반영하고 주식 외 적용대상 자산군을 확대하는 한편, 기관투자가의 공시 의무사항을 명시하고 내부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일본, 독일, 캐나다,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해당 개정안을 참고했다"며 "우리나라도 국내 실정을 반영해 적용대상 자산군을 상장주식에서 비상장주식, 채권 등으로 확대하고 비재무정보 구체화 등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소 연 1회 의무적으로 이행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하는 한편, 모범사례 제시, 우수 가입기관에 대한 혜택 등 실효성 강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호주, 일본,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미 적용대상 자산군을 확대한 상태다. 호주, 일본, 독일 등은 주주활동 결과와 성과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후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반대의결권 행사 추이가 증가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이행 점검 시스템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연구위원은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를 공시하도록 하고, 불성실공시 등에 대해 참여기관 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참여기관과 공적연금이 자체적으로 각 원칙 및 지침의 이행을 정기적으로 평가·공시하도록 하고 공시한 웹사이트 주소를 금융청에 통지하면 금융청이 이를 공표하고 있다"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를 참고해 국내에도 이행점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점검 결과에 따라 우수기관 인센티브, 참여 미흡기관 페널티 등 사후조치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패널 토론 참석자들도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가 이제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며 제도 보완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는 이미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4대 연기금(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우정사업본부) 외 다른 공적 연기금의 참여 필요성, 독립위원회를 통한 투명한 이행점검, 기관투자가의 기업밸류업 관련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김 부위원장 역시 "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알릴 때 일반투자자의 중장기 수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를 축적할 수 있다"며 "이행점검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준비가 된 참여기관부터 시작해 모범사례를 발굴함으로써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